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 차량을 자신의 차량으로 멈춰 세워 대형 교통사고를 막은 한 시민의 용기 있는 선행이 화제인 가운데, 사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고스란히 담은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이 공개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영상과 대동소이 하지만 영상과 음성이 선명해 사고 당시의 급박함이 더욱 생생하게 담겨있다.
인천경찰청이 14일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사고는 12일 오전 11시 30분 제2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조암IC 전방 3km(경기도 화성시) 지점에서 시작됐다.
A(54)씨는 2차로 중 1차로를 이용해 코란도 차량을 몰다가 갑자기 고통스럽게 `으으`하는 외마디 신음을 내며 곧바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A씨는 의식을 잃었지만, 그의 발이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에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주행을 계속했다.
블랙박스 영상 기록을 보면 A씨는 중앙분리대를 충돌한 후 한씨 차량에 의해 멈춰진 순간까지 의식을 잃은 채로 무려 약 4분간 1.5km 거리를 더 주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옆 차로를 지나던 운전자 중 3명은 "중앙분리대와 부딪히며 계속 주행하는 차량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때 사고 현장을 지나던 한영탁(46·크레인기사)씨는 A씨가 의식을 잃은 채 운전석에서 쓰러진 모습을 발견하고는, 본인의 투스카니 차량 경적을 울리며 A씨를 깨우려 노력했다.
A씨가 전혀 반응이 없자 한씨는 결국 차량 속도를 높여 코란도 앞으로 간 뒤 정지, 코란도가 자기 차량을 들이받고 멈춰 서도록 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A씨 차량에 받힌 한씨의 투스카니 차량이 충돌 이후에도 A씨 차량에 의해 약 2∼3m 앞으로 밀려가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한씨가 브레이크를 밟았어도 코란도 차량에서 A씨의 발이 가속페달을 계속 눌렀기 때문이다.
수 초 후 두 차량이 모두 정지하자 한씨는 급하게 차에서 내렸다.
이후 중앙분리대에 차문이 막힌 운전석의 반대편으로 가 A씨를 깨우기 위해 소리치며 창문을 수차례 강하게 두드렸고 이 상황은 블랙박스 화면에 음성으로 고스란히 담겼다.
한씨는 결국 옆 차로에서 서행하던 화물차 운전자에게 망치를 빌려 창문을 깬 후 A씨를 차 밖으로 간신히 옮겨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경찰은 한씨의 기민한 대처가 없었다면 고속도로에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촉발하는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한씨의 용감한 선행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비까지 내려 도로상태가 안 좋았는데 다수의 승객을 태운 버스와 추돌사고라도 났다면 대형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던 상황"이라며 "남을 먼저 생각한 한씨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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