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펀드 후유증…너도나도 CB 발행 남발

박승원 기자

입력 2018-05-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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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의 전환사채(CB) 발행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의무 편입해야 하는 코스닥 상장사의 신주가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려는 의도인데요.

    하지만, 향후 이들 물량 소화과정에서 주가희석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달 국내 기업의 신규 CB 발행액은 4,546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2,275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발행기업 입장에서 별도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유리한 조건인 ‘제로금리’ CB 발행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실제 주방가구 업체 자이글은 '제로금리'로 14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네트워크 장비 전문기업 텔레필드와 건축자재 전문기업 윈하이텍 역시 '제로금리'로 CB 발행에 나섰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로금리' CB 발행이 잇따르는 배경엔 코스닥 벤처펀드가 있습니다.

    현재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코스닥 벤처펀드는 펀드 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이 신규로 발행하는 CB 등에 투자해야 기업공개 공모주 물량 일부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코스닥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의 입장에선 변동성이 큰 주식보단 중위험 중수익 상품인 CB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데, 신규 사업 투자 등을 위해 CB를 발행하는 기업의 규모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발행기업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발행기업이 원하는 투자자에게 CB 일부를 넘기거나,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화가액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건을 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화인터뷰> 코스닥업계 관계자

    "기관이 돈이 굉장히 많아 운용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선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워낙 질이 좋은 돈이여서 기업들도 요청하고 있고..."

    이처럼 코스닥 벤처펀드를 앞세워 코스닥 상장사들의 CB 발행이 크게 늘고 있지만, 투자시 유의점 역시 적지 않습니다.

    우선 '제로금리'인 만큼,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언제든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발행주식수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물량 부담에 따른 주가희석 요인이 돼 주가하락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CB 발행 이후 주가가 떨어져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수익률 측면에서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전화인터뷰>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만약, CB 발행 이후에 주가가 떨어져서 CB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수익률에 있어서 상당히 낮게 형성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투자자는 이런 부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아 신성장 동력 마련에 나선 상장사들.

    하지만, 일부 부실기업도 손쉽게 자금조달에 나서는 경우도 있는 만큼, 자금사용 용도와 기업 실적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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