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600억 시장에 복제약만 50개

전민정 기자

입력 2018-08-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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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불붙은 제네릭 경쟁
    <앵커>

    우리나라는 '복제약 공화국'이라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천 개 이상의 복제약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약 특허가 만료되면 누구나 쉽게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과당경쟁이 심화되는 모습입니다.

    수익을 맞추기 위해 값싼 원료를 사용하는 관행도 여전해 '제2의 발암물질 고혈압악'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먼저 전민정 기자가 복제약 난립의 실상을 전해드립니다.

    <기자>

    한해 약 600억원 어치 팔리는 블록버스터 금연치료제인 화이자의 '챔픽스'.

    오는 11월 특허가 풀리면서 이달 현재까지 경보제약, 환인제약, 삼진제약 등 30여곳의 제약사들이 복제약(제네릭) 50여개의 판매를 허가 받았습니다.

    정부의 금연정책 강화로 챔픽스의 매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중소형 제약사들이 앞다퉈 복제약을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겁니다.

    다국적 제약사가 오리지널 약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특허 기간이 끝나면 누구나 복제약(제네릭)을 만들어 팔 수 있는데, 처방이 많은 약의 경우 많게는 약 200개 품목의 복제약이 출시되기도 합니다.

    한 해 1,400억원으로 전문의약품 매출 1위 품목이었던 BMS의 B형 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의 경우 2015년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 제약사 72곳이 148개나 되는 복제약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 기준 처방액 1억원을 넘는 제품이 전무할 정도로 매출 성적표는 우울합니다.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복제약의 경우 중소형 제약사들이 영업과 마케팅 부담에 품목허가를 취소하면서 출시 6년이 지난 현재, 약 30%가 시장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여기에다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치료제에서 '발암가능물질'까지 검출되자 복제약을 바라보는 의사와 환자들의 시선은 더욱 더 따가워졌습니다.

    [전화인터뷰] 제약업계 관계자

    "의사들은 오리지널이 임상이 많아 웬만하면 오리지널을 처방하려 하는 편이다. 발암물질을 함유한 고혈압약 사태 이후로 복제약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인터뷰] 이형기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교실 교수

    "한국은 제네릭의약품이 난립해 시장질서가 교란될 뿐만 아니라 과도하게 약가를 많이 보전해줘 시장의 과밀·과다경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제네릭약의 진입장벽도 매우 낮게 설정돼 있는데, 예컨대 공동·위탁생산이라는 제도를 통해 직접 제네릭을 생산하지 않는 회사라 하더라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복제약은 다국적제약사의 국내 시장 잠식을 막고 의료비를 줄여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가 복제약 판매에만 안주할 경우 장기 성장성에 한계가 우려되는 만큼, 손쉽게 복제약을 허가해주고 약가까지 우대해 주는 정부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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