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 이후 强 달러…`슈퍼 달러` 시대 다시 오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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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1-19 09:59  

여름휴가철 이후 强 달러…`슈퍼 달러` 시대 다시 오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각국의 통화정책 동조화가 깨지면서 국제외환 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 가치를 알 수 있는 달러 평가지수는 올해 여름 휴가철 이후 ‘97`대에 진입해 지난 4월 ’88‘대에 비해 10% 이상 올랐다.

올해 여름 휴가철 이후 달러화 가치가 선진국 통화에 대해 뚜렷한 강세를 보이는 원인은 매크로 면에서 경기 양극화 현상에 따른 것이다. 올해 3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3.5%를 기록해 성장세가 지속됐다. 반면 독일과 일본 경제는 3분기 성장률이 2분기에 비해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이 되고 있는 올해 여름 휴가철 이후 달러화 강세 추세가 ‘슈퍼 달러’ 시대로 진전될 가능성을 알기 위해서는 2차 대전 이후 유지돼온 달러화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브레튼우즈 체제란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 창립 이후 미국의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 제도를 말한다.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란 1971년 닉슨의 금 태환 정지 선언 이후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를 골간으로 미국과 아시아 국가 간의 묵시적인 합의하에 유지해온 환율제를 의미한다. 미국이 자국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 체제를 유지해온 것은 아시아 국가의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공산주의의 세력 확산을 방지하고자 했던 숨은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평가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국제금융역사에서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는 이런 미국의 의도를 충분히 달성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부에서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를 제2차 대전 이후 폐허가 된 유럽의 부흥과 공산주의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미국이 지원했던 ‘마셜 플랜(Marshall plan)’의 또 다른 형태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 후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에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초다. 아시아 통화에 대한 의도적인 달러화 약세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위험수준에 달했다. 당시 레이건 정부는 여러 방안을 동원했으나 결국은 선진국 간의 미 달러화 약세(특히 엔화에 대해)를 유도하기 위한 플라자 합의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균열조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것은 1995년 4월 달러화 가치를 부양하기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와 아시아 외환위기 덕분이다. 역플라자 합의에 따라 미 달러화 가치가 부양되는 과정에서 외환위기로 아시아 통화가치가 환투기로 폭락하면서 ‘강한 달러-약한 아시아 통화’간의 구도가 재현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미국의 경상적자가 다시 불거지면서 1980년대 초 상황이 재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함에 따라 달러화가 더 이상 기축통화 역할을 당하지 못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특히 1980년대 초의 상황과 달리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부상으로 달러화가 계속 기축통화로 남아 있는데 기본전제 조건인 미국경제 위상이 갈수록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 여름 휴가철 이후 달러 강세가 ‘슈퍼 달러 시대’로 연결될 것인가는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금융위기 이후 크게 흔들렸던 요인들이 해소됐는가 여부를 살펴보면 예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누적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점으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금융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 효과(stigma effect)`라 볼 수 있다.

미국 이외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중심이 돼 다른 국가들의 탈(脫)달러화 조짐도 가세됐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중심권이 이동됨에 따라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었던 문제점들이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다. 즉, △중심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간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란 1947년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처음 제시한 것으로 중심통화국은 경상수지적자를 통해 통화를 계속 공급해야 하나,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외부채 증가로 신뢰성이 떨어져 공급된 통화가 중심통화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메커니즘이 떨어져 궁극적으로 중심통화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유동성과 신뢰성 간의 상충관계를 말한다.

’ △중심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환보유에 따른 부담 등이 노출되면서 탈달러화 조짐이 빨라지는 추세다.

이론적으로 특정국가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쟁국에게 전가된다. 대표적인 ‘근린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으로, 특히 달러화와 같은 중심통화가 평가절하하면 그 충격은 더욱 크게 발생한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전쟁을 줄이기 위해 논의돼 왔던 안정책들이 아직까지는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적자만 규제하던 종전과 달리 금융위기 이후 가장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됐던 흑자를 규제하는 방안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자본주의체제 본질상 흑자국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어 2010년 서울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경상수지 예시 가이드라인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차 대전 이후 달러화 중심의 현 국제통화제도는 갈수록 근본적인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어 새로운 중심통화 논의가 지속돼 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 시장의 자연스러운 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서 국가 간의 조약이나 국제협약이 뒷받침되지 않아 “없는 시스템(non-system) 혹은 젤리형 시스템(jelly system)"으로 지칭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현 달러 중심의 통화체제는 국제유동성 공급과 신뢰성 간의 상충관계인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에 빠져든다. 국제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경상수지적자가 누적돼야 하나 이 경우 신뢰성이 떨어지는 반면 중심통화국이 대외불균형 해소를 위해 노력하면 국제유동성이 줄어들어 세계교역이 위축되고 세계경기가 침체된다.

‘트리핀 딜레마’는 특정국(예: 미국)이 중심통화국의 역할을 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으로서 현재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제도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심통화국은 ‘시뇨리지 효과’, 저금리 차입 등의 ‘과도한 특권’을 독점적으로 누리게 돼 다른 국가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R. Cumby)에 따르면 미국은 중심통화국으로서 얻는 글로벌 시뇨리지 효과에 힘입어 민간소비를 연평균 0.6% 포인트씩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와 교역규모에 비해 이런 특권이 너무 크다는 것이 다른 교역국들의 불만으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심권이 이동됨에 따라 더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재 국제통화제도는 실질적으로 시스템이 아니므로 중심통화의 신뢰성이 크게 저하되더라도 이를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미국은 경기활성화 등을 위해서라도 대외불균형을 시정하려고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국은 이를 조정할 유인이 별로 없어 글로벌 환율전쟁이 수시로 발생한다. 국제통화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대부분 학자들은 불균형 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국가 간 조약(예, 1980년대 중반 플라자 협정)’이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자유변동환율제인 현 국제통화제도가 전제로 하고 있는 자본의 국경 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신흥국 외환위기의 주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신흥국들은 외환위기의 역사적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불규칙한 자본유출입에 대비할 수 있도록 외환보유액을 확충했다. 외환보유액이 10억 달러 증가하면 신흥국이 위기를 겪을 확률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 국제통화제도의 이런 본질적인 한계가 극복되지 않으면 최근 달러화 강세가 ‘슈퍼 달러’ 시대로 진화될 가능성은 낮다. 올해 여름 휴가철 이후 달러 강세는 경기회복과 같은 미국 자체적인 요인도 있으나 이탈리아 예산안 조정 실패, 무질서한 브렉시트 협상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에 따른 반사적인 성격도 강하다. 이 때문에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 안정 차원에서 새로운 중심통화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달러 이외 특정국 통화가 새로운 중심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거래적 동기, 가치저장 기능, 회계 단위 등 화폐가 갖고 있는 본래 기능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 중심통화는 특정국 국민 이외에도 전 세계 국민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자 기능을 함께 충족시켜야 가능하다.

이런 요건을 갖춰 특정통화가 새로운 중심통화로 도입돼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 이후 국제통화제도는 새로운 중심통화를 도입하는 방안(트랙 Ⅱ)보다 현 통화체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수정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 통화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인 ‘트리핀 딜레마’를 완화하기 위해 G20 서울회담에서 마련된 ‘경상수지 예시 가이드라인’ 정신을 재확인하고, 이미 실행에 옮기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 대신 현 중심통화국인 미국이 갖는 과도한 특권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유럽국들은 유럽통화동맹(EMU) 체제를 공고히 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의 과다 외환보유액 축적부담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금융안전망(Global Finance Safety Net) 구축에도 보다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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