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포기자 ‘사상 최대’…기업·돈·사람 떠난다-[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9-01-02 10:14   수정 2019-01-07 08:49

2019년 세계 및 한국경제 대전망(2)


1994년 이후 21년 만에 재개돼 지난 3년 동안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던 미국과 다른 국가와 따로 노는 ‘대발산(Great Divergence:GD)’이 2019년에는 더 확대될 것인지 아니면 축소될 것인지도 국제 간 자금 흐름과 달러 가치, 각국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 움직임과 관련해 예의 주시해서 지켜봐야 할 변수다.

◇ 미 연준, 최악 상황 피할 듯…“금리인상 속도조절”
미국 중앙은행(Fed)는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2014년 10월말 양적완화(QE) 종료에 이어 이듬해 12월부터 금리를 인상해오고 있다. 출구전략이란 금융위기로 흐트러졌던 비정상 국면을 정상 국면으로 돌려놓는 것을 말한다. ‘푸는 것’보다 ‘회수하는 것’이 더 어려운 통화정책 관행을 감안하면 또 하나의 험난한 길이다.
같은 시기에 유럽중앙은행(ECB)는 마이너스 금리 폭을 확대하고 양적완화 시한을 연장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추가 금융완화책을 보완하겠다는 의사도 빼놓지 않았고 그 후 필요할 때마다 실행에 옮겨왔다. 아베노믹스(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에 한계를 느낀 일본은행(BOJ)도 마이너스 금리제도를 도입해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달러 정책도 출범 초 약달러 정책은 무역적자 축소에 도움돼지 못함에 따라 2018년 3월 래리 커들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취임 이후 강달러 정책으로 바뀌었다. 신흥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제2 루빈 독트린’이라 불리는 ‘커들러 독트린’ 시대가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18년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할 국가가 많을 정도로 신흥국이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 3월 Fed의 금리인상 이후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 같은 해 6월 Fed의 금리인상 이후 터키 등 중동 국가, 같은 해 9월 Fed의 금리인상 이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 가지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Fed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하지 않는 전통이다. Fed가 추가로 금리를 올려 ‘슈퍼 달러’ 시대가 전개되면 미국과 신흥국 모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닥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처럼 슈퍼 달러 시대를 초래했던 GD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 세계 흐름 주도하지 못하면 동참 해야
2019년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계가 하나’인 시대에 한국과 같은 대외환경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를 주도하지 못하면 세계 흐름에는 동참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갈라파고스 함정이란 세계 흐름과 동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사례는 의외로 많다. 정부의 역할이 세계는 ‘작은 정부’을 지향하고 있으나 한국은 내년도 슈퍼 예산이 상징하듯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시경제 목표도 ‘성장’ 대비 ‘소득주도 성장(성장과 분배 간 경계선 모호)’, 제조업 정책은 ‘리쇼오링’ 대비 ‘오프쇼오링’, 기업 정책은 ‘우호적’ 대비 ‘비우호적’이다.
규제 정책은 ‘프리 존’ 대비 ‘유니크 존’, 상법 개정은 ‘경영권 보호’ 대비 ‘경영권 노출’, 세제 정책은 ‘세금 감면’ 대비 ‘세금 인상’, 노동 정책은 ‘노사 균등’ 대비 ‘노조 우대’로 대조적이다.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일부 정책결정과 집행권자의 의식과 가치가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이 악화되는 점이다. 국가신용등급이 정체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는 선진국 예비명단에서 탈락한지 4년이 넘었지만 재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 외국 기업 및 자금 이탈 막아야
외국 기업과 자금도 들어오지 않거나 빠져 나간다. 주한 외국기업 단체는 각종 규제강화 등으로 경영여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연일 비판하는 가운데 실제로 철수하는 외국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은 매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같은 해 9월 중순 이후에는 순매도 금액이 5조 원에 이른다.
우리 기업과 돈 그리고 사람도 한국을 떠나고 있다. 2018년 국적 포기자가 3만 명이 넘는다. 역대 최대 규모다. 기업도 국내보다 해외에 투자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실행에 옮기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금융사도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돈을 모아서 글로벌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3대 공동화 현상’이다.



특정국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단 사람과 돈, 그리고 기업이 몰려들어야 한다. 도넛처럼 핵심 중심부가 비워있으면 대내외 변수에 취약하고 경기가 쉽게 불안해지는 ‘천수답 경제’가 된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함께 세계 양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019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3%까지 내려 잡고 있다.
특정국이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정책결정과 집행자일수록 글로벌 마인드가 부족하고 훈련된 글로벌 인재가 배제돼 있을 때다. 국정운영 우선순위도 ‘대외’보다 ‘대내’, 경제 각료가 ‘유연한 사고’보다 ‘경직된 사고’를 갖고 있을 때도 나타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신의 이념이나 주장의 틀 속에 갇혀있는 경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수장으로 한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급선무는 한국 경제가 더 이상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세계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1기 경제팀과 마찬가지로 ‘시간만 지나면 되겠지’ 하면서 경제정책과 운용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삶은 개구리 중후군(boiled frog syndrome)’처럼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 그때는 제2의 외환위기다.


한상춘/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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