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보복관세 가능"…한국 손 들어준 WTO

입력 2019-02-09 08:57   수정 2019-02-0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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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 WTO 분쟁에서 패소하고도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지 않은 미국에 매년 약 950억원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길이 열렸다.
WTO는 현지시간 8일 한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8,481만 달러, 우리 돈 953억 원의 양허정지를 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양허정지는 낮추거나 없앤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것이다.
WTO는 수입국이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수출국이 피해를 본만큼 수입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은 2016년 9월 세탁기 분쟁에서 최종 패소한 미국이 판정을 이행하지 않자 작년 1월 미국을 상대로 연간 7억 1,100만 달러(7.990억 원)의 양허정지를 하겠다고 WTO에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양허정지 신청 금액에 이의를 제기했고, WTO 중재재판부는 양국의 입장을 들은 뒤 최종 금액을 산정했다.
이날 중재재판부가 판정한 금액은 애초 한국 정부가 주장한 금액의 11.9%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신청 금액은 최대 가능한 피해액을 산정한 것으로 과거 판례를 보면 보통 신청 금액의 1∼50%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향후 미국이 문제 된 반덤핑 조사기법을 수정하지 않고 세탁기 외 다른 한국산 수출품에 적용할 경우, 수출 규모와 관세율 등에 따라 추가로 양허를 정지할 수 있는 근거를 인정했다.
앞서 미국은 2013년 2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 9.29%, 13.02%의 반덤핑·상계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미국이 반덤핑 협정에서 금지한 관세부과 방식인 `제로잉`으로 덤핑 마진(관세율)을 부풀렸다고 보고 2013년 8월 WTO에 제소했다.
제로잉은 덤핑 마진을 계산할 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는 그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지만,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은 경우 마이너스로 하지 않고 `0`으로 계산해 덤핑 마진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 2016년 9월 최종 승소했지만, 미국은 판정 이행 기간인 2017년 12월 26일까지 관세를 철회하지 않았다.
양허정지는 미국이 판정을 이행할 때까지 매년 할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결정된 중재 금액 기준으로 양허정지를 다시 신청하고, 이후 구체적으로 미국의 어떤 품목에 얼마의 관세를 매길지는 WTO에 통보하면 된다.
다만 정부가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할 관세를 바로 부과할지는 미지수다.
WTO 분쟁 해결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삼성전자는 한국에서의 수출을 중단했고, LG전자는 연례재심을 통해 관세율을 무관세 수준으로 낮췄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피해는 미미하다. 양사 모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통상압박으로 미국에 세탁기 공장을 건설했다.
이번 중재는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관련한 양국의 WTO 분쟁과는 다르다.
정부는 작년 4월 미국의 태양광·세탁기 세이프가드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산 제품에 연간 4억8천만달러 상당의 양허정지를 추진하겠다고 WTO에 통보했다.
그러나 양허정지는 세이프가드 발동 3년이 지나거나 세이프가드가 WTO 협정에 위배된다는 판정을 받아야 시행할 수 있다.
정부는 작년 5월 미국을 WTO 분쟁해결절차에 회부했지만 재판부에 해당하는 분쟁해결기구(DSB)는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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