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공시생의 한탄 [JOB다한 이야기]

입력 2019-03-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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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말, 집 앞 한 고등학교에 ‘공무원 시험장’ 현수막이 나붙었다. ‘서울시 공무원 추가채용’. 정기 채용도 아닌 수시 채용이었는데 학교 앞은 커피를 파는 아주머니부터 수험생을 바래다주는 부모들까지 여느 고사장을 방불케 했다.
‘대체 얼마나 많이 뽑길래….’ 문득 궁금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날 행정직군 중에는 7급 일반행정과 9급 사회복지 직렬을 채용했고, 일반행정 7급은 무려 경쟁률이 91대 1에 달했다.
내친김에 고사장도 검색해봤다. 일반행정 7급 시험장은 이곳 외에 23곳이나 더 있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채용인원은 고작 185명이기 때문이다. 즉 한 시험장에서 기껏해야 10명 안팎의 지원자만이 합격통지를 받게 된다. 그것도 1차 필기시험 합격증을 말이다.
얼마 뒤, 시험이 끝나고 수험생들이 몰려나왔다. 방향이 같아 의도치 않게 이들의 한탄 섞인 목소리도 듣게 됐다.
“1년 더 준비한다고 지금보다 점수가 잘 나올까”, “공부를 그만하려 해도 시험이 아니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인턴경험도, 자격증도 없는데…”, “가진 게 공무원 시험 지식뿐이라 그나마 관련 있는 공기업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또 취업준비기간이 필요할 텐데 걱정이야.”
조선시대 역시 ‘문과’라는 과거시험으로 문관을 선발했다. 최종 선발인원은 33명. 물론 별시도 있기는 했지만 관직 시험이라는 게 워낙 문이 좁기에 탈락의 고배를 마신 양반들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산업도 직업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수 백 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현대의 청년들은 관직을 위해 집안일은 내팽개친 채 틀어박혀 과거시험에만 몰두한 허생전의 ‘허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늘어나는 공무원 채용규모만큼 탈락자들도 대규모로 쏟아지고 있다. 경제 불황이 지속하면서 이런 현실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면, 지금의 공무원 시험제도에 한 번쯤 변화를 줘야 하지는 않을까. 취재를 위해 만난 한 행정학 교수의 조언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공공부문과 일반 사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공무원 시험도 변화할 필요가 있죠. 사회는 변하는데 왜 우리나라 공무원은 아직도 국어, 영어, 한국사만 달달 외우면 만능인 걸까요. 공직도 분류유형을 단순화 해 통합채용하고, 항목별 반영비율만 달리하면 공시생들을 훨씬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도희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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