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연좌제' 얼차려...900명 야간구보 '왜?'

입력 2019-04-02 18:18   수정 2019-04-03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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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에서 2~4학년 전체 생도가 `연좌제` 성격의 집단 가혹 행위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사관학교 2~4학년 생도 약 900명은 1~4일 나흘간 오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무장(장비 중량 13㎏)을 하고 연병장을 돈다.
이번 야간 구보는 지난달 27일 사관학교 홍보를 위해 특별 외박을 나간 2학년 생도 4명의 음주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뤄졌다. 당시 술을 마신 생도 1명이 귀가 중 택시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생도들은 고등학교를 방문해 사관학교 입시를 설명하는 공무 출장 중이었다. 생도들은 출장을 나가기 전 음주를 자제하도록 활동 수칙을 교육받았다.
사고 발생 후 일부 생도의 음주를 이유로 2~4학년 전체 생도가 연대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야간 구보를 하면서 문제가 제기됐다. 육사가 해당 구보를 생도들의 자발적 훈련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생도 단체 채팅방에서 지휘 생도는 "반성과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일부 불만을 표출하는 생도가 있을 것이지만 지휘근무 생도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잘 이해시키고 껴안고 가기를 바란다"고 공지했다. 이어 "XX기(음주가 발각된 사관생도 기수)를 미워하지 말고 더 보듬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전통제관은 생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바란다. 앰뷸런스 대기시키겠다"며 "생도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니만큼 훈육 요원(간부)들은 가급적 눈에 띄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지휘 생도의 공지를 통해 생도들의 자발적 훈련인 것처럼 강조하지만, 사실상 훈육관들의 지시가 내려졌을 것"이라며 "잘못이 있다면 해당 생도를 절차에 따라 처분해야지 전체에게 부당한 `얼차려`를 내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수의 생도가 부당한 가혹 행위라며 군인권센터에 해당 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공지에 나온 `앰뷸런스를 대기시키겠음`, `훈육 요원들은 가급적 눈에 띄지 않도록 하겠음` 등은 생도들이 자체적으로 계획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육사가 전체 생도를 대상으로 연대책임을 물으며 무분별한 연좌제 가혹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사관학교가 생도들의 휴식권을 침해하고, 가혹 행위를 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다.
육군은 이에 대해 "자치근무 생도들이 일부 생도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공동체 의식을 쌓기 위해 자체적으로 계획한 것"이라며 "학교 측의 (구보)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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