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사이코패스' 가능성 높아…'당해도 싸다' 생각했을 것"

입력 2019-06-10 20:30   수정 2019-06-1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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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씨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이코패스가 늘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95%가 발현이 안 되지만 5% 미만이 살인범이 되는데 고씨의 경우 평소에 전남편을 괴롭히면서 잘 살다가 남편이 떠난 뒤 더는 괴롭힐 수 없게 되면서 그 기질이 발현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일반적으로 남성이 아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음에도 전 부인을 괴롭히려고 양육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고유정 자신이 직접 아이를 키우지 않고 있음에도 2년간 전남편에게 아이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고통을 줬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전남편이 가사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면접교섭권을 얻게 되는데, 고씨는 전남편을 쥐고 흔들던 기존 프레임이 깨지자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 전문가는 "경찰에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를 보면 고씨가 범행 전 구매한 범죄도구를 마트에서 환불받는 등 살인을 저지른 뒤에도 태연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적 면모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고도의 심리적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공감능력 부족 등은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씨의 경우 범행 과정에서 쓸 도구를 사며 포인트 적립을 하고, 표백제를 샀다가 이를 마트에서 환불하는 등 전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유기했음에도 고도의 심리적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기 아들과 가족을 위해 얼굴 노출을 꺼리면서도 정작 살해당한 전남편은 다른 가정의 귀한 아들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분리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또 남의 불행 등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전 범죄심리분석관도 "살인범이라도 보복 살인범이나 경제적 살인범인 경우 범죄를 저지른 뒤 이처럼 태연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며 "반면 고씨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씨는 자신이 현재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을 자신 때문이 아닌 전남편 탓으로 돌려 그 망상을 분노로 표출하고 있고, 전남편을 살해하고도 흔히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고씨는 일종의 `자기 연민형 사이코패스`"라고 설명했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고씨가 강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지난달 27일 해당 펜션에서 빠져나왔으며,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가면서 피해자 시신을 일부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완도항에 내린 뒤 지난달 29일 경기도 김포에 있는 가족 소유의 아파트에 도착해 이곳에서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했고, 같은 달 31일 충북 청주 주거지로 이동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인천의 한 재활용품업체에서 피해자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 일부를 수습했으며, 범행 장소인 펜션에서는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58수를 찾아 검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현재 남은 피해자 시신을 수습하고, 고씨의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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