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조선 피격 배후 이란 지목...이란은 즉각 부인

입력 2019-06-1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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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3일(현지시간)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의 배후로 즉각 이란을 지목하고 이란은 부인하면서 살얼음판을 걷던 중동 정세가 또다시 소용돌이치고 있다.
특히 유조선 피격 사건이 중재를 자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 기간에 발생한 데다 피격된 유조선 두 척 모두 일본과 관련된 석유화학 원료를 싣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아베 총리의 중재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이란이 오늘 오만해에서 발생한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평가"라면서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그는 "이 평가는 정보와 사용된 무기,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의 수준, 최근 이란이 선박에 가한 유사한 공격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미국 정부가 이란의 소행이거나 최소한 이란이 배후에 있는 공격이라고 결론 내리고 이를 공표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 외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은 사건 발생 직후 연루 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이란 내각의 알리 라비에이 대변인은 이날 "중동의 모든 나라는 지역 불안으로 이득을 얻는 자들이 친 덫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며 이번 공격이 중동의 불안을 일으키려는 정치적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유조선 피격 사건과 미국의 이란 지목에 따라 걸프 해역은 한 달 전 있었던 유조선 4척 공격 사태에 이어 또 한 차례 급격한 긴장 고조를 면치 못하게 됐다
특히 지난달 12일 발생한 유조선 4척 피격 사건은 배가 항해를 멈추는 피해 정도에 그쳤지만 이번 피격은 검은 연기가 치솟고 선원들이 긴급히 탈출할 정도로 피해가 커 미-이란이 한층 격한 책임 공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시 피격 사건 이후에도 제재에 포위된 이란이 유가를 올리려고 공격을 자행했다는 미국과 미국이 중동 파병 명분을 쌓으려고 허위 주장을 하는 것이라는 이란 사이에 물러섬 없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NYT는 "미국 및 동맹국 일부와 이란 간 갈등 고조로 이미 불안정하던 지역을 이번 피격 사건이 휘저은 것"이라며 "세계 원유 상당량의 핵심 수송로에 긴장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피격 사건이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을 수습해보겠다며 아베 총리가 이란을 방문 기간에 벌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아베 총리는 전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이날 오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면담했다. 아베 총리는 `절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아야톨라 하메네이와 마주 앉았으나 "이란은 미국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답만 들었다.
아베 총리의 중재 노력이 이란의 부정적인 반응과 유조선 피격 사건에 부딪혀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피격 유조선 2척에 실린 석유화학 원료가 모두 일본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을 염두에 둔 공격이라는 추정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트윗을 통해 "일본과 관련된 화물이 실린 유조선에 대한 수상한 공격이 아베 총리가 이란 최고지도자와 광범위한 협력을 논의하는 중에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윗을 올려 "아베 총리가 이란을 찾아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만난 것에 매우 감사하지만 개인적으로 합의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너무 이르다고 느낀다"면서 그들(이란)은 준비되지 않았고 우리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갈등 수습을 시도하기보다는 일촉즉발의 대치를 이어나갈 가능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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