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오늘 11시 30분…세계 경제 가를 '운명의 담판'

입력 2019-06-29 09:04   수정 2019-06-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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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간 `운명의 담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9일(현지시간) 현지에서 무역전쟁의 향배를 가를 담판에 돌입한다.

이날 오전 11시30분(한국시간)부터 시작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 두 정상의 회동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이미 세계 경제에 암운을 드리운 가운데 이날 회동 결과가 세계경제를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할지, 아니면 반전의 계기가 될지를 가늠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중이 담판을 앞두고도 어떤 양보의 징후도 보이지 않은 채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면서 당장의 협상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두 정상이 휴전과 협상 재개에 합의하느냐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중은 지난달 9~1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한 후 후속 협상을 열지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추가 관세폭탄을 주고받았다.

미국은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렸고, 중국도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최고 25%로 올려 보복에 나섰다. 미국은 또 중국 통신장비제조업체인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제한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나머지 3천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있고, 중국 역시 미국을 겨냥한 `중국판 블랙리스트`를 준비하는 한편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까지 꺼낼 채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정상이 휴전에 합의, 상황악화를 방지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최근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 목표는 양측이 무역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위협해온 3천억 달러 이상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실제 때리느냐 여부가 휴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온 양면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예측불허의 심리전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일본으로의 출국에 앞서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합의 불발시 "매우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플랜B는 만약 우리가 합의하지 못한다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며 어쩌면 25%가 아니라 10%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를 10%, 25% 등 단계적으로 올리며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오사카에서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의 회담에 대해 "최소한 생산적일 것"이라며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무엇이 도출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계기에 정상회담을 통해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연초부터 10%에서 25%로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시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아르헨티나에서의 담판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서치업체인 에버코어 ISI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추가관세 부과가 30∼90일 연기되고 공식협상이 재개될 확률은 35%, 추가관세가 무기한 연기되고 공식협상이 재개될 확률은 45%, 판이 깨져 추가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20%로 추산했다. 추가 관세 부과가 연기되고 협상이 재개될 확률을 80%로 본 것이다.

미 CNBC 방송은 "대부분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휴전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연기할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핵심 쟁점에 대한 상대의 양보 여지나 가능성을 탐색하며 이를 휴전을 위한 잣대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미중은 지난달 협상이 결렬되기 전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거의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합의문에 관련 법률 개정을 명시하기로 약속했다가 막판에 약속을 뒤집었다고 반발하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중국은 `균형된 합의`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중국 관리들을 인용, 시 주석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해결할 준비를 하기 전에 미국이 충족해야 할 일련의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련의 조건에는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 해제와 무역 전쟁 와중에 미국이 현재 부과하고 있는 총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25%) 철회, 중국의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과 관련한 미국의 구매 규모 확대 요구 중단 등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화웨이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논의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우리가 합의하면, 나는 합의의 일부나 일정한 형태로 화웨이(문제)가 포함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밝혀 화웨이 문제가 협상카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핵심쟁점에서 서로 타협 가능성을 찾지 못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휴전에 합의하더라도 미중 무역 전쟁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또 후속 고위급 협상이 열려도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의 교착상태로는 실무선에서 더 이상 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중 정상의 담판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그동안 서로 너무 분명히 `양보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안팎의 체면 때문이라도 양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이견만 확인하고 회담이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난다면 미국은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보복에 나서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이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 등 격랑의 파고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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