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양호 회장 사망원인 '폐섬유증'…국내 신약개발 본격화 [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19-08-16 09:03   수정 2019-08-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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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 원인 규명 안 돼"…글로벌 20억 달러 시장
대웅제약 美 FDA 희귀의약품 지정 등 국내 바이오社 도전 잇따라
지난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했습니다.
故 조양호 회장의 사인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 앓아 왔던 폐질환의 일종인 폐섬유증이 원인이었다는 게 의료계의 분석입니다.
폐섬유증은 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면서 섬유화(Fibrosis)되는 것인데요.
발생 원인도 아직까지 모른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된 치료제의 경우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스위스 로슈가 독식하고 있는데요.
최근 국내 제약, 바이오기업들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폐섬유증 치료제에 대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알투바이오에서는 폐섬유증 치료제 개발과 동향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폐섬유증, 심각한 호흡 장애 유발
폐섬유증은 폐조직이 굳어서 심각한 호흡장애를 불러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입니다.
폐에는 폐포와 폐포 사이에 폐간질이 있는데, 이 곳이 섬유화처럼 딱딱학 굳어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환자는 저산소증이나 호흡 곤란을 겪게 됩니다.
천은미 이화의료원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섬유증의 경우 원인을 모르고, 임상적으로는 마린 기침이 나고, 엑스레이 촬영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며 "청진을 하면 들숨 끝에 크래킹(cracking)이 생겨 폐섬유증을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천은미 교수는 "환잔 생존율의 경우 폐섬유화증이 오면 다양하지만, 박테리아 감염이 발생할 경우와 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올 경우 치사율이 50%로 높은 질환"이라며 "일반 폐질환과 달리 상당히 위험하고 예후(병이 나은 뒤의 경과 또는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전망함)가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폐섬유증 치료제는 근원적인 치료가 아닌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제이며, 폐섬유증의 유일한 치료 방법은 폐이식 수술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폐이식 수술은 상당한 난이도를 요구하는 수술입니다.)

▲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스위스 로슈의 독식 무대
그렇다면, 현재 시판되는 치료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는 일본 시오노기제약의 `피레스파`가 있는데, 현재 일부 제약사들이 복제약(제너릭)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국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160억원~200억원 규모로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섬유증 치료제 시장은 약 20억 달러(약 2조 2,394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의 `오페브`와 스위스 로슈의 `에스브리에트`가 차세대 신약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로슈의 실적을 살펴보면, 폐섬유증 치료제 `에스브리에트`(피르페니돈)는 10억 3,100만 스위스프랑(1프랑당 1,248원), 우리 돈 약 1조 2,800억원의 판매를 거뒀습니다.
그렇다면, 폐섬유증을 개발하는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을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브릿지바이오와 티움바이오, 대웅제약입니다.

▲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1.5조원 기술수출 성공...레고켐바이오도 `수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최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 5천억원 규모의 폐섬유증 치료 신약후보물질 기술수출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7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와 베링거인겔하임은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을 포함하는 섬유화 간질성 폐질환(fibrosing interstitial lung diseases) 치료를 위한 오토택신(autotaxin) 저해제 계열의 신약 후보물질(BBT-877) 개발을 위한 양사 협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번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계약금과 단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으로 4,500만 유로(한화 약 600억원)를 수령했으며, 임상개발, 허가 및 판매 마일스톤으로 최대 약 11억 유로(한화 약 1조 4600억 원)를 수령하게 됩니다.
또, 향후 상업화 달성에 따라 최대 두 자릿수의 로열티(경상기술료)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신약 개발에 성공해야 모든 것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기술수출에 대한 이해 차원 설명)
앞서 지난 1월 브릿지바이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1상 진입을 앞둔 신약 후보물질(BBT-877)에 대하여 특발성 폐섬유증 희귀의약품 지정을 통지받았습니다.
이 신약후보물질과 연계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도 일부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수령했는데요.
당일(7월 18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주가는 8.07% 급락했습니다. (`루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격언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걸까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신약후보물질 인수한 것과 관련해 바이오업계에서는 여러가지 얘기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미 `오페브`라는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을 가지고 있는데, 궂이 같은 계열의 또다른 신약후보물질을 사들이는 것에 대한 의견들입니다.

▲ 티움바이오, 이태리 제약사에 기술수출 성공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티움바이오 역시 폐섬유증 치료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수출에 성공한 기업입니다.
티움바이오는 지난해 이탈리아 제약사인 키에지(Chiesi)에 830억원 규모 기술수출을 진행했습니다.
키에지는 계약금 100만달러를 지급한 후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등의 단계를 통과하면 다음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추가로 계약금(마일스톤)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티움바이오는 벤처캐피탈로부터 400억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 유치를 완료했으며, 조달한 자금으로 연구개발(R&D)과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티움바이오는 창업할 당시부터 바이오업계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SK케미칼의 글로벌 신약이자 호주 CSL베링에 기술 수출한 앱스틸라(혈우병치료제)의 개발 주역이 바로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입니다.
앱스틸라는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아 시판중입니다.
김훈택 대표는 2016년 12월 SK케미칼의 신약개발부서였던 팀원들과 함께 분사한 후 벤처기업인 `티움바이오`을 만듭니다.
티움바이오는 차세대 혈우병 치료 신약후보물질(NBP604, NBP611, NBX001) 등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티움바이오는 코스닥시장 예비상장심사를 청구했기에 조만간 투자자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공모 시초가 강하게 시작하면 벤처캐피탈들이 보유물량 털 수 있습니다. 압타바이오에서 된통 당한 경험이 있지요.)

▲ 대웅제약,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지정
대웅제약은 지난 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혁신신약(First-in-Class) PRS(Prolyl-tRNA Synthetase) 저해제 신약후보물질인 `DWN12088`에 대해 희귀난치성 질환인 특발성폐섬유증에 대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습니다.
미국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ODD)은 희귀난치성 질환의 치료제 개발과 허가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지정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신약 허가 심사비용 면제,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신청권, 시판허가 승인시 7년간 독점권 인정 등의 혜택이 부여됩니다.
이번 후보물질은 지난 2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신약개발 부문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대웅제약은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보툴리눔 톡신제인 `나보타` 등에 대한 시판 허가를 받는 등 경험이 풍부하기에 신약 개발 과정이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2조원이 조금 넘는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을 놓고 국내 제약, 바이오기업들이 뛰어 들었습니다.
희귀질환 치료 부문에서 나름 의미있는 기술수출도 이뤄냈기에 향후 개발에 성공할 때까지 투자자와 환자의 입장에서 응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이제 글로벌 임상1상에 진입했기에 개발 완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알투바이오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기자의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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