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양국 동맹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놔 주목된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둘러싸고 한일 갈등 심화는 물론 한미일 동맹에 미칠 악영향 우려하는 미국의 불만이 표출됐으나 오히려 이번 기회에 우리의 안보 역량을 끌어올림으로써 한미동맹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이번 종료결정을 둘러싸고 한미동맹에 `균열`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관측을 반박한 것이다.
이번 종료결정에 대한 미국 워싱턴의 반응은 매우 싸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미국 국방부는 이날(현지시간)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같은 날 캐나다와 외교장관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실망스럽다"고 언급했다.
미 국무부도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에 이 (종료) 결정이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고 동북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적 도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를 나타낸다고 거듭 분명히 해왔다"고 수위가 높은 톤으로 지적했다.
청와대도 일단 미국 측의 이 같은 반응을 수긍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23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미측이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희망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미국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온 미국의 입장에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런 반응으로, 동맹의 틀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는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특히 한미 간에는 다양한 수준의 소통이 여전히 빈틈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앞두고) 미 백악관과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소통했고 여러 차원에서 늘 대화가 이뤄진다"면서 "오늘도 그런 대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는 미국과 긴밀한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일본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 측이 `역할`을 해줄 것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의 이런 구상은 당장은 불만을 표시했다 하더라도 미국으로서는 역내 질서유지 차원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시할 수 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한일관계 정상화를 바라고 있는 만큼 미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할 여지를 두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우리는 이미 (한일 간에) 관여하고 있고 공개적으로 하지 않을 뿐"이라면서 `대화를 계속 촉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청와대는 그와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안보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한미 동맹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극대화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차장은 "앞으로 국방예산 증액, 군 정찰위성 등 전략자산을 확충해 안보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국방력을 강화하면 우리에 대한 동맹국의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에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안보와 관련한 높은 수준의 한미 공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가 종료돼도 한미일 3국간 협력이 와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우리의 정보 자산과 한미연합 자산으로 철저한 대비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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