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반대' 격화…1만여명 동맹휴학·29개 업종 총파업

입력 2019-09-02 23:08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신학기 개학을 맞은 중고등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벌이는 동맹휴학과 21개 업종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벌어졌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230여 개 중고등학교, 1만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송환법 반대 동맹휴학이 홍콩 전역의 학교에서 진행됐다.
홍콩섬 동쪽 끝 차이완 지역의 사이케이완 공립학교 등 3개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등 50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이 일대에서 손에 손을 잡고 수백 미터 길이의 인간 띠를 형성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교복 위에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인간 띠 만들기에 참여한 토비 찬 학생은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며 "우리가 신념을 잃게 된다면 우리는 이 싸움에서 지게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홍콩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쌈써이포 지역 중등학교 잉와(英華)서원에서는 학생 50여 명이 집회를 열고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 이어 3일부터 전면적인 동맹휴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휴학에 참여한 중고등 학생 4천여 명(주최 측 추산)은 이날 홍콩 도심인 센트럴의 에든버러 광장에서 모여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모교인 완차이 지역 SFCC(St. Francis` Canossian College) 학생들도 집회에 참여했다.
SFCC 학생인 카트(13)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지만, 동맹휴학은 우리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매우 실망했으며, 그의 후배라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다만 상당수 학생은 학교 당국의 처벌 등을 두려워해 이날 동맹휴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케빈 융 홍콩 교육부 장관은 동맹휴학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동맹휴학 참여 학생에 대한 처벌 여부 등은 학교 측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신학기를 맞은 이날부터 2주 동맹휴학을 예고한 11개 대학·교육기관 학생회도 이날 오후 홍콩중문대학 캠퍼스에서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의 학생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었다.
재키 쏘 홍콩중문대 학생회장은 "정부 지지자들이 대학을 `폭도들의 교육기관`이라고 부른다는데, 악법과 독재에 반대하는 것이 `폭도`라면 우리는 기꺼이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3일까지 정부가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무기한 동맹휴학 등 투쟁의 강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의료와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9개 업종 종사자들도 이날과 3일 이틀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총파업과 함께 이날 오후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지역의 타마르 공원에서 주최 측 추산 4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여한 중등학교 교사 로(42) 씨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오전에 집회를 열었다"며 "앞에 나서서 싸우는 젊은이들에게 연대를 나타내기 위해 오늘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당초 침사추이 지역의 솔즈브리가든 공원과 췬완 지역에서도 집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들 지역의 집회는 경찰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 타마르 공원 집회는 경찰의 허가를 받았다.
퀸 메리 병원의 간호사와 의사 등 일부 병원의 의료인들도 총파업에 동참해 병원 내에서 침묵시위와 연좌 농성 등을 벌였다.
지난달 5일 총파업 때는 시내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빚어진 것은 물론 8개 지하철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은 `교통대란`, 224편의 항공편이 결항하는 `항공대란` 등이 벌어졌다.
지난달 5일 총파업에는 주최 측 추산 35만여 명이 참여했으며, 홍콩 전역에서 열린 7개 집회에 29만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총파업은 지난달 5일 총파업보다는 참여 규모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시위대가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면서 열차 운행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으나, 지난번과 같은 교통대란이나 항공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타마르 공원 집회 후 시위대 일부는 홍콩 정부청사 인근에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으나, 지난 주말 시위와 같은 격렬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홍콩 시위대는 앞으로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3파(罷)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일부는 3파 투쟁에 더해 불매 운동(罷買)으로 소비를 줄여 경제에 타격을 주는 식으로 홍콩 정부에 압력을 가하자는 `4파 투쟁`을 주장하기도 한다.

홍콩 시위의 `연소화` 경향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중고등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에 가세하면서 충돌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홍콩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던 시위대와의 충돌 후 경찰은 몽콕 역과 프린스 에드워드 역에서 지하철 객차 안까지 들어가 63명을 체포했는데, 여기에는 13세 소년도 포함됐다.
이 소년은 화염병 2개, 라이터 2개를 지니고 있었다고 홍콩 경찰은 밝혔다.
또한, 지난달 25일 시위에서 체포된 36명 중에는 12세 소년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 소년은 헬멧에 방독면을 쓰고 쇠파이프와 스프레이를 들고 있었다고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전했다.
인터넷상에서 경찰관 자녀에 대한 증오 발언이나 공격 위협 등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찰 자녀를 겨냥한 학교 폭력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송환법 반대 집회 시작 후 이름·주소·전화번호·자녀 재학 학교 등 경찰관과 그 가족의 개인정보 노출과 관련해 1천600건 이상의 항의를 접수했으며, 온라인상의 위협 및 괴롭힘과 관련해 지금까지 1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경찰관 자녀들에게 폭행, 협박 등 위급상황에서 누르면 사이렌 소리가 나는 경보장치를 지급하고, 자녀가 학교 폭력을 당하면 경찰관이 이를 신고하고 교육 당국이 조처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동맹휴학과 총파업 등 학생들과 시민들의 송환법 반대 투쟁이 격화하고 있지만, 홍콩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강도 높게 비난해 향후 갈등을 예고했다.
존 리 보안국장은 "주말 시위에서 시위대가 지하철과 공항을 마음대로 파괴하고 100개 넘는 화염병을 던지는 등 법을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엄중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비난했다.
매튜 청 홍콩 정무부총리(정무사장)는 "경찰을 도울 법률이 있는지 정부는 개방적인 태도로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도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긴급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홍콩의 모든 법규를 검토할 책임이 있다"고 밝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법규이다.
긴급법이 적용되면 행정장관은 체포와 구금, 추방, 압수수색, 교통·운수 통제, 재산 몰수, 검열, 출판·통신 금지 등에 관해 무소불위의 `비상대권`을 부여받는다.
캐리 람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주말 시위에서 시위대가 폭력과 위법행위로 지하철역 등을 파괴,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난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