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환자의 망상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은 피마반세린(pimavanserin)이 치매 환자의 망상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치매 환자들이 흔히 보이는 여러 형태의 행동심리 증상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망상이다. 누가 자기를 해치려 한다든가, 자기 물건을 훔치려 한다든가 착각하는 것으로 불안, 공격적 행동, 언어폭력으로 이어져 가족이나 보호자를 힘들게 만든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뇌 건강센터의 제프리 커밍스 박사 연구팀이 정신병적 증상(psychosis)이 동반된 치매 환자 약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약효가 너무나 확실해 임상시험 진행을 중간에서 중단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치매 환자 모두에 저용량 피마반세린을 3개월간 투여해 반응이 있거나 효과가 있는 것 같은 환자만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엔 피마반세린을, 다른 그룹엔 위약(placebo)을 6개월간, 또는 망상이 다시 나거나 악화될 때까지 투여했다.
다만 누구에게 진짜 또는 가짜 약이 투여되는지는 의사와 환자 모두 모르게 하는 이중맹(double-blind)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위약이 투여된 그룹에서 망상이 재발되거나 악화된 환자가 피마반세린 그룹보다 2배 이상(28%대 13%) 발생했다.
연구팀은 피마반세린의 효과가 확실하다고 판단,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부작용은 두통과 요도 감염 등으로 피마반세린 그룹 5%, 대조군이 4%로 비슷했다.
임상시험 도중에 환자 2명이 사망했지만, 사망원인이 약과는 무관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향정신병 약물(anti-psychotic)은 심한 경우 환자가 사망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고 치매 환자를 위해 승인된 약이 아니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망상 차단에 쓸 수 있는 마땅한 약이 없기 때문에 향정신병 약물이 적응증외(off-label)로 흔히 처방되고 있다.
아카디아(Acadia) 제약회사가 개발해 2016년 파킨슨병에 수반되는 망상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은 피마반세린(제품명: 누플라지드)은 망상을 촉발하는 것으로 믿어지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한다.
문제는 약값이 한 달분 3천 달러(약 350만원)로 비싸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알츠하이머병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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