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선거 참패에도 캐리 람 지지…'시위 강경대응 할 듯'

입력 2019-12-1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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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16일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재신임`을 확인하고, 외세 개입을 차단하고 시위 사태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신화통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캐리 람 행정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 홍콩은 1997년 주권반환 후 가장 중대하고 복잡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이러한 어려움과 압력에 직면해 람 장관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굳건한 기반 위에서 법에 따른 통치를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람 장관은 기업을 지원하고, 사람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들을 펴며 많은 어려운 일을 했다"며 "중앙정부는 람 장관의 용기와 충성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람 장관에 대한 재신임을 천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례 업무 보고를 위해 베이징에 온 람 장관은 지난달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한 뒤 처음으로 중국 지도부를 만났다.
지난 6월 초 시작된 홍콩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전체 452석 중 60석을 차지하는 참패를 당한 상황이어서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그에 대한 재신임을 천명할지 주목됐다.
일부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친중파 진영의 선거 참패와 홍콩 시위 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물어 행정장관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시 주석은 이를 일축하고 람 장관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다.
시 주석은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고 조국과 홍콩을 사랑하는 홍콩 경찰을 굳건하게 지지한다"며 "홍콩 사회의 여러 분야가 단결해서 홍콩의 발전을 이끌고 정상 궤도 위에 다시 올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달 브라질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밝혔던 `외세개입에 대한 반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시 주석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을 지키기 위한 흔들림 없는 결의를 지녀야 할 것"이라며 "일국양제의 원칙을 실현하고, 홍콩 문제에 대한 외부 세력의 어떠한 개입도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킨 미국 의회와 이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중국 정부는 홍콩인권법이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외세의 부당한 개입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시 주석과 람 장관의 만남에는 한정(韓正) 부총리,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정치국원, 궈성쿤(郭聲琨) 정법위원회 서기, 여우취안(尤權) 통일전선부장 등이 함께했다.

앞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이날 람 장관을 만나 홍콩이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조속히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폭력과 혼란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지난 6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홍콩에 여러 방면에서 해를 끼쳤으며 홍콩 경제에 큰 타격을 가했다"며 "홍콩 정부는 법에 따라 폭력을 멈추고 혼란을 끝내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람 장관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람 장관이 사회안정 수호와 기업 지원·고용 안정 조치 등으로 최선을 다해왔으며 어려움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리 총리는 평가했다.
또한 홍콩 정부가 홍콩 사회에 뿌리 깊은 갈등과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해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수호하도록 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람 장관은 홍콩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매우 암울한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홍콩은 올해 상반기에 무역전쟁 등 외부적 요인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반기에는 내부적 사회 불안으로 인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 지도부가 람 장관과 홍콩 경찰에 대한 지지를 확고하게 밝히자 홍콩 정부와 경찰이 앞으로 시위 사태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면담에 중국의 사법·공안 계통을 총괄 지휘하는 중앙정법위 서기인 궈성쿤(郭聲琨) 정치국원이 함께한 것은 향후 홍콩 경찰의 시위 강경 대응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일 80만 명이 홍콩 시민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벌인 홍콩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은 새해 1월 1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가능성도 점쳐진다.
람 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최고 지도자들이 거듭 강조한 것처럼 현재 홍콩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법에 따라 폭력을 멈추고 혼란을 끝내며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시 주석이 `국가안보`를 강조한 것으로 미뤄 중국 지도부가 람 장관에게 국가보안법 추진을 지시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시 주석이 주재한 지난 10월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는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장샤오밍(張曉明)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은 지난 11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장문의 기고에서 홍콩이 국가보안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홍콩 정부는 2003년 기본법 23조에 근거해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의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자 법안을 취소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한 통제 강화를 천명한 가운데 국가보안법이 다시 추진되면 대대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람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 추진은)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며 "이는 형세를 살펴서 추진해야 할 것이며, 좋은 환경과 조건을 만났을 때 비로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홍콩은 사회 분열이 매우 심각하며 모든 것에 정치적 입장이 앞선다"며 "정부와 경찰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신상털이` 등으로 상처와 모욕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위 사태의 원인을 조사할 독립검토위원회 인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개별 인사나 단체들은 신상털이 등으로 모욕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홍콩의 미래를 위한 독립검토위의 중요성을 잘 설명한다면 적절한 인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람 장관은 베이징 일정을 마치고 17일 홍콩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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