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참지 못해 10대 아들과 식료품 훔친 아빠…도움 손길 이어져

입력 2019-12-17 00:01   수정 2020-01-06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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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을 참지 못해 10대 아들과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친 이른바 `현대판 장발장` 가장(34)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또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수급비 수준이 굶주림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급 액수를 현실에 맞게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천시 중구 관계자는 16일 "장발장 가장의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할 동 행정복지센터에 후원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가족에 대한 시민 후원이 들어올 경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본인에 대한 치료가 우선인 상태여서 치료를 마치면 일자리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다만 본인이 더 이상 일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해당 마트에는 사연이 알려진 사흘 전부터 익명을 요구한 몇몇 시민이 찾아와 A씨 가족을 위한 옷가지를 전달하거나 쌀을 비롯한 생필품을 주문하기도 했다.
일정 금액을 입금할테니 A씨 가족을 위한 생활용품을 마트에서 직접 전달해달라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마트 측은 전했다.
이 마트 직원은 "첫날과 둘째 날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후원을 묻는 전화가 많이 걸려와 그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행정복지센터로 연결해줬다"며 "다만 시민들이 주고 간 생필품들은 저희가 직접 A씨 집에 배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10일 오후 4시께 A씨는 아들 B(12)군과 함께 인천시 중구 한 마트에서 1만원어치 식료품을 훔치다가 마트 직원에게 적발됐다.
마트 대표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A씨가 눈물을 흘리며 사정을 설명하고 잘못을 뉘우치자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A씨 부자를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대접했고, 마트에서 이 사정을 들은 한 시민이 A씨에게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사라져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A씨는 택시기사로 일하다 부정맥, 당뇨, 갑상선 질환 등 지병이 악화하면서 6개월 전 일을 그만두고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받으며 살아왔다.
12살, 6살인 아이 둘과 모친을 포함해 네 식구가 임대주택에 거주 중이며 현재 고정 수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녀와 모친을 부양해야 하는 A씨가 받는 기초생활보장수급비는 매달 최대 150만원 안팎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기준으로 소득이 0원인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최대 138만4천원이다. 주거급여 임대료 지원은 인천의 경우 최대 31만7천원까지 받을 수 있다.
중구 관계자는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정확한 지급 액수는 알려주기 어렵다"며 "다만 해당 가구 소득 기준으로는 최대한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4인 가족 생활비를 고려했을 때 이 같은 기초생활보장수급비는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올해 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579만원으로 집계됐다.
생활비 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비 지출이 138만8천162원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비(78만2천988원)와 교육비(60만9천93원)가 뒤를 이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2017년 조사 결과에서 건강한 노년 부부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생활비가 176만100원으로 집계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4명이나 되는 A씨 가족이 빈곤에 시달렸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A씨는 지병으로 인해 수 개월 일을 쉬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굶주림을 참지 못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12살 아들과 마트에서 훔치려던 것은 우유와 사과 6개 등 고작 1만원어치 식료품이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는 벗어났지만 지원받을 수 있는 액수가 턱없이 적어 극심한 생활고가 불가피했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장발장 부자의 사연을 언급하며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들의 온정에만 기대지 말고 복지제도를 통해 제도적으로 (이들을) 도울 길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흔쾌히 용서해 준 마트 주인, 부자를 돌려보내기 전 국밥을 사주며 눈물을 흘린 경찰관, 이어진 시민들의 온정은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는 따뜻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중구는 A씨와 모친을 면담해 근로 의사를 파악한 뒤 지역 자활센터 등을 연계해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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