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청원 23년만'…공수처법, 마침내 국회 통과

입력 2019-12-3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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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호`이자 검찰개혁의 상징적 법안으로 꼽혀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지난 4월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8개월 만으로, 현행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과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수사를 전담하게 될 공수처는 지난 1996년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한 지 23년 만에,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공약으로 내건 지 17년 만에 입법화가 이뤄진 것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공동으로 마련한 공수처 법안 수정안을 자유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가결 처리했다. 법안은 재석 176명 중 찬성 159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의결됐다.
4+1 법안에 앞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제출한 또 다른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됐다.
이날 통과한 공수처 법안은 고위공직자 범죄 전담 수사 기구인 공수처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며. 이 중 검사, 판사, 경찰에 대해서는 직접 기소할 수 있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택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법안에는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에서 같은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가 발생했을 경우 필요하면 해당 기관에 요청해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수처 업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직거래 금지` 조항이 포함됐다.
공수처는 법률 공포, 시행 준비 등의 절차를 거쳐 이르면 약 6개월 후인 내년 7월께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한국당은 본회의 예정 시간인 이날 오후 6시께 의장석 주변에서 농성하면서 법안 통과 저지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때처럼 문희상 국회의장의 의장석 진입 저지를 시도했다. 그러나 문 의장이 이날 오후 6시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국회 경위들이 의장석 진입로를 확보하면서 한국당의 시도는 불발됐다.
한국당은 무기명 투표를 통한 막판 반전도 노렸으나, 법안 투표 방법 변경도 수적 열세로 좌절됐다.
한국당은 이후 고성을 지르면서 회의 진행에 강하게 항의하다 공수처 법안이 표결에 들어갈 때는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한국당의 퇴장으로 공수처 법안 표결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퇴장 후 로텐더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수처에 대해 "북한 보위부, 나치 게슈타포 같은 괴물이 될 것"이라면서 "악법 중 악법인 공수처법이 날치기 처리됐다. 한국당은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4+1 협의체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공수처 법안의 국회 통과는 검찰개혁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향한 역사적 진전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검찰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4+1 협의체는 검찰개혁 차원에서 추진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인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년 1월 초순께 처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1월 3일 내지 6일께 본회의를 다시 소집할 방침이다.
한국당은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한 상태다.
다만 한국당이 검경수사권 조정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당이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거나 여야가 막판 협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2020년도 무역보험계약 체결 한도에 대한 동의안` 등 내년도 예산안 운용과 관련해 정부가 제출한 동의안 3건도 함께 처리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및 관련 동의안, 예산부수법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유치원 3법`, `데이터 3법` 등 주요 민생·경제 법안의 연내 처리는 불발됐다.
특히 패스트트랙 법안이기도 한 유치원 3법은 이날 본회의 안건에 포함됐으나 상정되지 않았다.
문 의장은 "다음은 유치원 3법을 상정할 예정이나 이들 법안에 대해 여야 간 합의점을 모색하도록 하기 위해서 회의를 정회한다"면서 회의를 사실상 종료했다.
한편, 여당은 4+1의 공조 틀 속에서 공수처 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법안도 내년 초에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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