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미군이 공습 살해한 것과 관련,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중단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의 가장 엄숙한 의무는 우리나라와 시민을 방어하는 것"이라며 "어젯밤 내 지시에 따라 미군은 전 세계의 `넘버 원 테러리스트`를 죽이기 위해 흠잡을 데 없이 정확한 공습을 실행했다"고 솔레이마니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는 미국 외교관과 군 요원에 대해 임박하고 사악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를 현장에서 잡아 끝을 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이라크 내 미국 민간인의 로켓포 포격 사망과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이 솔레이마니의 지시에 따라 이행됐고, 이란의 시위대에 대한 억압도 솔레이마니가 주도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가 병든 열정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죽게 했다며 솔레이마니에 의한 테러의 군림은 끝났다고 선언한 뒤 그가 수년 전에 추적됐다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어젯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조치를 했지, 전쟁을 시작하기 위한 조치를 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이란 국민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고 이란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그 나라가 이웃을 불안정하게 하기 위한 대리군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이란 정권의 공격성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이 최고의 군대와 정보력을 갖고 있다고 한 뒤 "미국인이 어디서든 위협받는다면 우리는 그 목표를 이미 완전히 식별할 것이며, 필요한 어떤 조치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지 않은 채 연단을 내려갔다.
한편, 미국이 3일 새벽(현지시간) 정밀타격을 통해 이란의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해 살해한 것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작전을 한 것은 아니다 하더라도 `충격적 실제 행동`을 거론하며 대미 강경 노선을 밝힌 북한에 대한 우회적 경고의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1일 노동당 전원회의 발언을 통해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하는 등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과 시점 적으로 맞닿아 있어서다.
미국의 이번 공습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이란 또는 이란이 지원하는 병력이 추가공격을 계획할지도 모른다는 징후들이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인의 생명을 보호하고 미국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선제타격 등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에스퍼 장관은 특히 "누구든지 우리에게 도전한다면 미군에 의한 가혹하고 강력한 대응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이란을 향한 메시지였지만 그 상대가 `누구든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도 "대통령의 지시로 솔레이마니를 사살함으로써 해외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적 방어조치를 한 것"이라며 "이번 공격은 향후 이란의 공격 계획을 억지하기 위한 것이며 미국은 우리 국민과 이익이 전세계 어디에 있든 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내 친이란 시아파 시위대의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습격 사태 후 이란을 향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윗을 통해 솔레이마니에 대해 "수년전 제거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이번 공습으로 미국은 적국의 핵심인사에 대한 정확한 첩보 확보 및 정밀타격 능력을 과시한 셈이 됐다.
제한적 선제타격론인 `코피 전략`(bloody nose strategy)은 북미간 일촉측발 상황이었던 지난 2017년 `화염과 분노` 시절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북 군사옵션을 검토할 당시 지속적으로 거론됐던 카드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지난해 12월 17일 찰스 브라운 태평양공군사령관의 `입`을 통해 외교적 노력이 무너지는 경우를 전제로 "우리는 이미 미리 생각하고 있다. 2017년으로 돌아가 보면 우리가 2017년에 했던 많은 것이 있어서 우리는 꽤 빨리 먼지를 털어내고 이용할 준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초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며 군사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고, 북한의 첫번째 `중대한 시험` 발표 직후에는 김 위원장을 향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고강도 경고장을 날렸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한 이란 핵 합의 파기를 필두로 대(對)이란 초강경 정책을 구사한 것과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톱다운 케미`를 내세워 비핵화 협상을 통한 해법을 추구, 완전히 상반된 전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해서 당장 어떤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상황관리에 주력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발언이 알려진 와중에서도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가 하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며 비핵화 약속 이행에 대한 신뢰를 표하는 방식으로 탈선방지를 위한 달래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 이란 사례는 북한이 ICBM 발사 등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고강도 도발을 통해 `레드라인`을 넘어선다거나 그러한 분명한 징후가 포착될 경우 미국이 선제적 대응이라는 `극단적 충격요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북한에 간접적으로 발신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2일 북한의 추가 행동에 따라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할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북한을 향한 경고 수위를 높였다. 전날 한국 국방부는 한미가 연합훈련을 조정 시행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미치광이 전략`으로 대변돼온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충동적 스타일과 예측불허성도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 예고 이후 그동안 대표적 외교치적으로 꼽아온 대북정책 실패론으로 미 국내적으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상황 전개에 따라 그간의 대북 유화 정책에서 돌변, `완전한 파괴`를 내세운 `화염과 분노`로 회귀함으로써 대선 과정에서 수세국면 탈피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美공습에 사망한 `이란 군부실세` 솔레이마니 (사진=연합뉴스)
솔레이마니 사망 공식 발표하는 트럼프 美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