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기관인 탓에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요.
하지만 의료기기 산업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의료벤처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로 깜짝 변신에 나섰습니다.
유오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우리 몸 속 직장 또는 대장에 생긴 작은 사마귀 모양의 용종은 내시경 검사를 통해 쉽게 제거가 가능합니다.
보통 의사가 내시경을 몸 속에 삽입해 용종을 찾고 떼어내는데 용종이 여러 개인 경우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문제는 현재로선 용종을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없어 시술 시간이 길고 2차 감염의 위험이 크다는 점입니다.
의료현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제품화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인터뷰> 문창모 이화의료원 소화기내과 교수
“임상현장에서 진료를 보며 여러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제품화 단계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려면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데 대학이나 의료기관 연구자들은 그 일 외에도 다른 일들이 많아 이 분야에 열정을 쏟기 어려운 거죠.”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병원들은 의료벤처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이화의료원의 경우 의료인의 아이디어가 제품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업무협약을 추진 중입니다.
<인터뷰> 김헌태 옵티메드 대표(일회용 내시경 개발 기업)
"저희는 용종을 뗄 때마다 내시경을 꺼내지 않아도 용종을 저장했다가 시술이 끝난 후 이를 한꺼번에 빼는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의사선생님들이 대장 용종을 떼며 겪었던 불편함과 니즈를 이번 개발 과정에 반영하려 합니다."
고려대의료원은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던 의료기기상생사업단을 의료플랫폼상생센터로 확대해 공식 조직화 시켰습니다.
제품 개발에서 구매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정례화 시켜 의료기기 국산화에 앞장서겠다는 겁니다.
의료기관이 의료인과 의료기기 업체의 공동 개발을 지원해주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서울대 교내 벤처 에이치앤바이오, 비임상수탁기관 캠온과 손잡고 의료기기 개발과 허가 전반에 걸친 컨설팅을 제공합니다.
혁신 의료기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킬러 제품이 될 것이란 전망에 정부도 규제혁신 등 산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 지원을 약속한 상황.
보수적 이미지가 강했던 의료기관들의 깜짝 변신이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유오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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