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여객기의 격추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란 지도부는 책임자를 엄벌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하면서 신속하게 진화에 나섰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11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긴급히 열린 최고국가안보회의에서 여객기 격추 관련 정보를 보고받았고, 이를 대중에 공개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란 사법부도 "사법수 수장 에브라힘 라이시가 이날 군 사법부에 이번 참극에 대한 법적인 조처를 하기 위한 서류를 취합하라고 지시했다"라며 "책임자는 군사재판을 통해 엄벌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끔찍한 이번 사태의 진상을 명명백백 규명해야 한다"라며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책임자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처벌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사일을 쏜 당사자인 이란 혁명수비대도 사건 경위를 자세히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이란은 민간항공청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여객기가 격추된 것이 아니다"라고 단정했으나 하룻밤 만에 180도 태도를 바꿔 이라크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 공격 직후 미국의 반격을 예상해 전군이 최고 경계태세를 유지한 상황에서 발생한 의도치 않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이란이 고개를 숙이게 된 배경엔 부인할 수 없는 결정적 증거, 즉 `스모킹 건`이 확인됐고 이를 더는 감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을 실시간으로 정밀 감시하는 미국의 군사 정찰 위성의 자료와 추락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외국 언론에 의해 공개되면서 음모론 수준이었던 격추설이 대세론으로 굳어지는 흐름이었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란 내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는 주 테헤란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격추를 증명하는 자료를 보냈고, 상대방이 격추를 입증할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 이란이 먼저 책임을 자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민항기를 군이 격추했다는 치명적인 책임론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직간접적 무력 대응 수위도 자제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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