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합의에 최종 서명하자 유럽과 브라질에서 "우리 수출만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은 농산물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향후 2년간 2017년에 비해 2천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서비스 379억달러, 공산품 777억달러, 농산물 320억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등이다.
중국이 이처럼 미국산 상품 구입을 대규모로 늘릴 경우 유럽연합(EU), 브라질 등 다른 교역 파트너로부터의 수입을 상당폭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15일 서명식에 참석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는 "이번 합의로 다른 나라들이 피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전날 중국 외교부는 특별히 EU 외교관들을 위해 무역합의에 대한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EU 측의 불만을 가라앉히지는 못하고 있다.
주중 EU상공회의소의 오에르그 우트케 회장은 "중국의 대규모 구매 약속은 미국이 중국에 무엇을 사야 할지 알려주는 `관리무역`과 같다"며 "유럽 기업들은 이제 어디에 자리 잡아야 할지 모르는 처지에 놓였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우트케 회장은 "이번 합의에 따라 중국은 브라질산 대두나 호주·카타르산 원유, 인도산 철광석, 유럽산 항공기 등을 덜 사들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시장의 왜곡`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 강제 기술이전 금지, 금융시장 개방 등의 약속이 다른 무역상대국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앞으로 1년 정도 그것이 어떻게 시행될지 지켜봐야 하며, 이는 미·중 모두에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전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미국과 중국이 합의문에 서명한 후 트위터를 통해 "`관리무역`은 다자간 규범에 부합하지 않으며, 경제에도 좋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필 호건 EU 무역담당 집행위원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호건 집행위원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으며, 미·중 무역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 약간 불완전하다"며 "그들은 통상적인 합의 틀에서 벗어나 양자 간에 직접적으로 합의를 진행해왔는데, 이것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미국과 EU가 중국에 요구해 온 `구조적 개혁` 역시 합의에서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2단계 협상에서 무엇을 다룰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농산물, 에너지가 주요 대중국 수출품인 브라질도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대규모 구매 약속으로 자국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은 대두, 육류, 철광석, 원유 등 농산물과 에너지가 80%가량을 차지한다.
더구나 중국은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에 대응해 지난 2년간 브라질 등으로 농산물 구매를 다원화했는데, 이번 무역합의를 지키려고 한다면 이를 다시 대폭 축소해야 한다.
브라질의 통상 전문가인 마우리치오 산토로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협상은 지난해 내내 브라질 농업계의 우려를 자아냈다"며 "미·중 무역합의는 어떤 형태로든 브라질의 농산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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