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도 징계하라"‥감사원 감사 초읽기

권영훈 기자

입력 2020-01-31 15:44   수정 2020-01-3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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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융당국이 DLF 판매은행들에게 중징계를 내리자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은행 뿐 아니라 금융위, 금감원 역시 책임이 없지 않다"며 "이번 사태를 은행만 짐 지우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어제(30일) 3차 DLF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前 하나은행장)에게 문책경고(중징계)를 부과했고, 나머지 임직원들에 대해 정직 3개월(중징계)에서 주의(경징계)까지 처분을 내렸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주의적 경고(경징계)를 받았다. 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해 6개월 업무 정지와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제재심 결과 가운데 경영진 징계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결재로 확정되며 기관 중징계와 과태료 부과는 증선위 심의 및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제재심 결과대로 실제 징계가 이뤄질 경우 손 회장의 연임과 함 부회장의 차기 회장 도전은 어려워지고, 두 은행은 일부 영업정지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그렇다면 은행(장) 징계만으로 DLF 사태가 수그러들 지가 관건이다. 대규모 원금손실이 발생했는데 불완전 판매가 드러난 만큼 1차적 책임은 은행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 보면 금융당국 역시 책임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구체적으로 금융위원회(위원장 은성수)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사실상 DLF 사태를 초래했고, 금융감독원(원장 윤석헌)은 은행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해 DLF 사태를 키웠다는 점이다. 때문에 DLF 제재심 결과가 나왔지만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DLF 사태 이후 금융위, 금감원은 자체적으로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은성수 위원장과, 윤석헌 원장이 언론을 향해 "송구하다"고 말한 게 사실상 전부다. 두 수장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다, 연말 연초 인사에서도 DLF 관련 임직원에 대한 조치는 없었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1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DLF 사태 관련 금융위, 금감원, 고용노동부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것이다. 이들은 "저축은행 사태, 키코(KIKO) 사태, 동양증권 사태 등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투기적 금융파생상품 판매와 관련한 감독 부실과 전문성 부족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오늘(31일) 한국경제TV와의 통화에서 DLF 사태 관련 "금융위, 금감원에 대한 감사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감사원은 이달 초 고용노동부가 고용보험기금을 DLF에 투자해 손실이 난 데 대한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서는 감사를 시작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바쁜 연말 감사청구가 들어와 검토시간이 필요하다"며 "감사여부가 결정되면 즉시 금융위,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감사원 감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해당 기관 및 기관장, 임직원 제재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감사원 감사 여부는 시기의 문제인 만큼 DLF 판매은행에 이어 금융위, 금감원에 대한 조치까지 제대로 이뤄질 경우 이번 사태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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