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에 폭락했다.
31일(이하 미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03.41포인트(2.09%) 폭락한 28,256.0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8.14포인트(1.77%) 급락한 3,225.5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8.00포인트(1.59%) 하락한 9,150.94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번 주 다우지수는 2.53% 급락했다. S&P 500 지수는 2.12%, 나스닥은 1.76% 내렸다.
시장은 신종 코로나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 상황과 주요 경제지표 및 기업 실적 등을 주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 폐렴을 국제적 비상사태로 선포한 가운데, 확산이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10명을 넘었고, 감염자는 1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영국과 러시아에서도 확진자가 처음으로 나오면서 글로벌한 확산에 대한 불안감도 한층 커졌다.
WHO가 교역 및 여행 제한을 권고하지는 않았지만, 폐렴 확산으로 중국은 물론 글로벌 여행 및 소비가 줄어들며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미국은 이날 오후 우한 폐렴을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로 선포했다.
미 당국은 최근 2주간 중국 방문 경험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최근 2주간 폐렴 발병지인 중국 허베이성을 방문한 미국인은 14일 동안 강제 격리 조치하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미국 국무부는 전일 밤에는 중국으로의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 금지`로 올렸다.
이에 따라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등 미국 주요 항공사는 중국 본토로의 항공편 운항을 대부분 중단할 것이란 발표를 내놨다.
폐렴에 따른 경제 활동의 차질이 점차 확대되는 셈이다.
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 국채 시장에서 10년물 금리가 3개월물 금리를 하회하는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미국 성장률이 1분기에 0.4%포인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은 1분기의 충격은 2분기에 대부분 회복되면서 연간 기준으로는 0.05%포인트가량의 악영향만 예상되지만, 미국 내 감염 등이 증가할 경우 경제에 미칠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유로존의 4분기 성장률 지표가 부진했던 점도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를 부추겼다.
유럽연합(EU) 통계당국 유로스타트는 지난해 4분기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비치가 전기 대비 0.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 0.2% 성장에 못 미쳤다.
유로존의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1.2%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최저치였다
기업들의 실적은 엇갈렸다.
아마존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7% 넘게 올랐다.
반면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제조 대기업 캐터필러는 순익은 예상을 넘겼지만, 매출은 기대에 못 미쳤다. 또 올해 순익 전망(가이던스)도 시장 기대보다 낮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우려했다. 캐터필러 주가는 3%가량 하락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까지 S&P 500 기업 중 약 226개가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 중 70%가 예상보다 양호한 순익을 발표했다.
이날 업종별로는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에너지가 3.18% 폭락했다. 기술주도 2.72% 급락했다.
뉴욕 증시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글로볼트의 톰 마틴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폐렴은 중국 경제를 해칠 것"이라면서 "중국이 경제를 소비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와중에 이런 사태는 분명한 역풍"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국적 기업들의 반응 등을 보면, 이는 실제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