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방문력' 없어 놓친 광주 16번 환자…딸 감염·접촉자 306명

입력 2020-02-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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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여행 후 귀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 환자의 접촉자는 30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태국 여행을 함께 간 딸 1명(18번 환자)은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동행 가족 3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16번 환자(42세 여자, 한국인)의 접촉자 수가 306명이라고 밝혔다.
이 환자가 방문했던 광주21세기병원에서 272명이, 전남대병원에서 19명이 각각 접촉자로 분류됐다. 가족·친지 등 접촉자는 15명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전남대병원은 2차례 내원했는데 다행히 응급실에서 어느 정도 선별 진료가 이뤄져 접촉자가 19명에 그쳤다"며 "환자는 응급실 내 선별진료소의 제한된 공간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16번 환자는 확진 전 21세기병원에 정형외과 질환 치료차 입원한 딸을 간병했다. 두 사람은 이후 병원 3층 2인실로 옮겨 같은 병실에서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16번 환자는 간병을 하는 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병원 내에서 입원병실과 외래를 오가며 자신의 폐렴 치료를 받았다.
딸은 이날 확진된 18번 환자(21세 여성, 한국인)로 어머니가 확진받은 뒤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났지만 현재 발열, 호흡기 증상은 없다.
다만 보건당국은 18번 환자를 `무증상자`로 분류하긴 아직 어렵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수술 후 입원치료를 받으며 해열제·진통제를 처방받았던 만큼 증상이 겉으로 발현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확진환자를 보면 대부분 처음에 근육통이나 기침 등이 있다가 폐렴으로 바뀐 경우가 있어서 격리병상에서 좀 더 임상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16번 환자는 증상 초기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요청했지만, 중국 방문력이 없어 검사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6번 환자가 방문한 21세기 병원에서는 27일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검사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중국 방문자가 아니어서 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본부장은 "(21세기병원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요청한 게 맞는 사실인 것 같다"며 "당시 보건소에서 태국에 다녀와서 열이 나는 건 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기계적인 답변을 드렸다. 이 때문에 현재 사례정의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보건당국은 16번 환자의 동선도 공개했다.
16번 환자는 태국을 여행한 후 지난달 19일 귀국했다. 25일 전남 나주 소재 친정집을 방문하고 오후 8시께 귀가했다. 이날 저녁부터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다음날은 종일 자택에 머물렀고, 27일 21세기병원과 전남대병원을 방문했다.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본인 치료와 18번 환자인 딸 간병을 위해 21세기병원에 체류했다. 3일에는 증상이 악화돼 전남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했고,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 당국은 16·18번 환자처럼 중국 외 국가를 방문한 뒤 확진된 환자가 연달아 나오자 방역체계를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발생한 12번 환자는 일본, 이날 발생한 17번 환자는 싱가포르 방문자다.
정 본부장은 "태국과 일본, 싱가포르에서 유입된 환자가 나왔고, 중국 이외 국가에서도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며 "동남아 국가에서 유입된 환자들에 대해 어디까지를 의심해 검사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방역망을 좀 더 넓히면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며 "최대한 이런 기준에 맞게 사례정의나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아직 16·18번 환자의 감염 경로를 파악 중이다. 태국에 16·18번 환자에 대한 정보를 통보하고, 역학조사 결과를 공유해 현지 감염 가능성을 공동조사할 예정이다.
16·18번 환자와 21세기병원에 함께 머물렀던 환자와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들에 대한 격리 조치도 시행했다. 이 병원에는 입원환자 75명, 의료진 등 종사자 65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종 코로나 16번째 확진자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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