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눈에 밟혔지만"…교민 이송버스 세번 운전한 아빠 경찰관

입력 2020-02-12 18:13   수정 2020-02-1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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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경찰서 형사과 소속 최용훈(39) 경장은 12일 오전 본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는 정부의 3차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우한 교민과 중국인 가족을 김포공항에서 격리시설인 경기도 이천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으로 이송했다. 최 경장 등 21명이 운전하는 경찰버스가 147명을 나눠 태웠다.
앞서 지난달 말 1·2차 전세기가 왔을 때 교민들을 격리시설로 이송했던 경찰관 36명 가운데 이날도 운전 업무를 맡은 경찰관은 최 경장을 포함해 5명이다.
최 경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20대에 따놓은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웃었다.


그는 "1차 전세기가 오기 전 버스를 운전할 경찰관을 모집할 때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공포가 지금보다 훨씬 심각했다"며 "잘 아는 계장님이 교민 이송을 제안했을 때 적잖이 망설였다"고 돌아봤다.
그가 선뜻 나설 수 없었던 것은 세 자녀가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자신을 통해 아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이런 그에게 결단을 내리게 한 것은 순경 후보생으로 입교한 중앙경찰학교에서 본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라는 짧은 문구였다.
최 경장은 "7년 만에 경찰 시험에 합격해 들어간 중앙경찰학교에서 본 이 문구에 전율을 느꼈다"며 "아내에게 이 문구를 얘기하면서 국가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주부로서 2015년생 딸, 2017년생 아들, 2019년생 딸 양육을 전담하는 아내는 예상 밖으로 남편의 이런 의지를 존중해줬다고 한다.
이 문구는 최 경장이 3차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교민 이송에 발 벗고 나서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최 경장은 지난달 말 1·2차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교민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이송했다.
방호복과 마스크, 고글 등을 착용했지만,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지금까지 경기도의 한 임시 숙소에서 묵고 있다. 형사로서 업무도 보지 못하고, 집에도 가지 못하는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최 경장은 숙소에서 아이들과 영상 통화를 하다가 너무 보고 싶어 경기도 부천의 집으로 두 차례 직접 찾아갔다. 감염 우려로 인해 집에 들어갈 수는 없어 아내와 아이들에게 2층 베란다로 나오게 한 뒤 `눈물의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날 3차 운송 업무로 당분간 더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최 경장은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해 가정도 돌보고 형사로서 본업에 충실하고 싶다"며 웃었다.
(사진=최용훈 경장 제공,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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