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집값 붕괴 앞당긴다"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

전효성 기자

입력 2020-04-01 16:20   수정 2020-07-02 13:00

[현장에서 만난 건설·부동산人]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
"수도권 부동산 과한 거품" 지적
"빚내 투자하는 2030 안타까워"
"재건축 보다는 그린벨트 풀어 주택공급해야"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뜨거웠던 부동산 열기도 한풀 꺾였다. 코로나 사태는 국내 부동산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까. 최근 인터뷰로 만난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과한 버블이 끼어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부동산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개발 호재를 주는 재건축 보다는 서울의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 영상취재=채상균.
Q. 최근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끊긴 `거래절벽` 상황에 직면해 있다. 거래량 감소의 원인, 어디에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대출규제다. 대출을 강하게 옥죄다 보니 구매 여력이 급감했다. 당연히 거래량은 줄었다. 주택 구입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밝혀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자금출처조사).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개인은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 그동안 이른바 `부모 찬스`나 `증여`를 통해 자금조달이 이뤄졌는데, 이런 부분을 하나하나 밝히게 되면서 주택 구입이 부담스러워졌다.

거래량이 감소하면 부동산 시장은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집값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매수세가 끊긴 상황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이 조금만 증가하면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Q. `급락`을 언급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던 `원상복구` 수준이 될까?

"얼마나 떨어질지를 예상하기는 사실 어렵다. 요즘 급매로 거래되는 것을 보면 기존 가격에서 수억 원 호가를 낮춰 거래하는 경우가 발견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니까 집값이 50% 이상 하락한 사례도 있었다.

과거 금융위기·IMF 때 겪었던 전조증상들이 지금 나오고 있다. 먼저 거래가 감소한다. 이 때 거래는 줄지만 가격은 크게 내려가지 않는다. 본격적인 가격하락이 있으려면 파는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아야 한다. 부동산은 사는 사람이 없다고 가격이 빠지진 않는다. 부동산은 비탄력적이라 시간차를 두고 움직인다. 실물경기가 안좋아질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주택 보유자들이 하나 둘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시장이 안좋아질 수 있다."

Q. 집값을 지탱하는 요인인 `전세가격`은 아직 견고하다.

"전세가격 자체가 오르고 내리는 것 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전세가율)`가 어느정도인지가 중요하다. 전세가격은 5% 올랐는데 매매가격은 10% 올랐다면 전세가율은 낮아진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대표적인 버블 현상이다. 집값은 크게 올랐는데 전세값이 매매가를 받쳐주지 못한다. 이때는 외부에서 작은 충격만 와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Q. 이번 코로나 사태가 버블 붕괴를 앞당길 수 있을까?

"경기가 본격적으로 안좋아지고, 집을 가진 사람들이 조급한 마음을 갖게 되면 매물이 나온다. 부동산도 결국은 심리인데 `앵커링 효과`가 발동된다. 일정 가격에 심리적인 닻을 내리는 거다. 예를 들어 15억원 하던 아파트가 13억원에 급매로 거래됐다. 그러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13억원에서 출발하게 된다. 급매가 나와도 수요자 손이 덜 간다. 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15억원 하던 아파트가 17억원에 거래되면 파는 사람들은 17억원 이하로는 안내놓으려고 한다. 내려올 때나 올라갈 때나 한두 건의 거래가 딱 찍히면,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이 온다."

Q. 신규 주택 공급을 살펴보자. 재건축-부동산 가격의 관계를 짚어본다면.
"지난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된 후 집값이 크게 올랐다. `이제 재건축 안돼서 새 아파트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합리적이지 않은 생각에서 비롯됐다. 과천을 보자. 우리나라에서 재건축을 가장 많이하는 곳이 과천이다. 과천은 11단지가 있는데 아파트가 8만채다. 65% 정도가 재건축 중이다. `재건축 추진→공급 확대→시장 안정` 논리에 의하면 과천 집값은 안정돼야 한다. 그런데 폭등했다.

재건축이 안되면 공급이 줄어든다 생각하지만, 사실 재건축이 안되면 개발호재가 없어지는 것이 더 크다. 개발 호재가 사라지니 그 지역 집값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재건축이 안돼서 새 집이 부족하대`, `그러면 새 집이 오르겠네` 하면서 20~30대가 대출을 끌어모아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강남은 자금이 부족하니까 강북, 노원 이런 곳으로 갔다. 대출이 가능한 수원, 용인 이런데 간거다. 정책(분양가 상한제)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장에 잘못된 신호가 갔다."

Q. 재건축은 공급 대안이 되지 못한다?

"재건축이 안되면 공급이 크게 줄어든다? 정확히 보면 근거가 빈약하다. 재건축을 통해 공급이 늘어나는 건 10% 미만이다. 예를 들어 재건축 단지 100채를 없애서 새 아파트가 만들어 진다. 새로 만들어지는건 110채 정도다. 용적률이 확 높아지지 않는 한 재건축 한다고 해서 공급이 수천, 수만채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당장 멸실 주택 100채가 발생한다. 그 이주 수요로 시장의 영향이 훨씬 크다. 사람들은 `신규공급 10채 없어진다`는 말에 들썩거린거다. 심리적으로 쫓겨서 산거다.

과거 강남을 만들었을 때 한강을 매립해서 만들었다. 개발이 불가능했던 지역을 개발해서 공급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다. 그게 진짜 공급이다. 재건축·재개발은 개발호재만 일으킨다. 정작 공급물량은 크게 늘지도 않는다. 최근 수년간 강남에서 개포동이 제일 많이 올랐다. 예전에는 `개도 포기한 동네`라고 비아냥 거렸다. 그런데 재건축으로 개발호재가 있으니까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게 또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만약 재건축 해서 압구정에 100층짜리 아파트 공급하면 집값 빠질까? 안빠진다. 더 오를거다."

Q. 서울에 어떤 식으로 집을 공급해야 공급도 늘리고 시장 안정도 꾀할 수 있을까.

"서울에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 요원하다. 대부분 재건축을 통해서 공급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건축을 하게되면 개발호재가 붙어서 그 지역 집값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재건축 보다는 서울내 유휴토지를 풀어서 공급을 해야한다.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유휴토지를 확보해서 서울 공급을 늘리면 한국의 부동산 시장,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안정세는 유지되리라 본다.


서울에 그린벨트가 상당히 많이 묶여있다. 그중에서 `그린하지 않은 그린벨트`가 많다. 보존가치가 없어졌거나 이미 훼손된 그린벨트 말이다. 서울 전체 토지의 25%가 그린벨트다. 이 중 3분의 1 정도가 훼손된 그린벨트다. 청정한 그린벨트 지역은 당연히 남겨야 한다. 다만 보존가치가 사라진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을 한다면 공공 목적의 주택, 중산층을 위한 주택공급을 할 수 있다. 훼손된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Q. 정부가 힘을 쏟는 3기신도시, 소규모정비사업 효과를 전망한다면.

"근거리 핵심입지가 아니니까 안 먹힌다. 서울 사람들 안 나간다. 공급도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천천히 돼도 상관없다. 무서울 정도로 공급이 된다고 하면 수요자들은 얼마든 기다린다. 가로주택정비, 소규모단위정비 이런거는 기대감이 많지 않다. 나올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이니까.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해서 강남에 아파트를 짓는다거나, 보존가치가 사라진 서울 내 그린벨트 풀어서 공급하는 것 말이다. 위협적인 공급 계획이 나오면 집 가진 사람들은 불안해진다. 초대형 공급이 이뤄지면 내 아파트는 구축이 될 거니까. 시장에 매물이 나오게 된다. 매물이 나오니 가격은 조정을 받는다. 시장의 자정작용도 꾀할 수 있다."

Q. 최근 20~30대가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집을 샀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20~30대는 돈을 차근차근 모아 가치투자를 해야한다. 그런데 심리적으로 쫓겨서 집을 샀다. 따져보면 사실 좋은 데를 산 것도 아니다. 수원, 용인, 성남. 핵심입지는 아니다. 이미 상승세가 끝난 곳도 많다. 먼저 진입한 나쁜 투기세력들이 젊은 세대가 관심 보이니까 다 던지고 나갔다. 투기세력들은 수·용·성 다음으로는 전세와 매매가가 차이가 없는 곳(갭투자 가능한)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대출이 되는 곳. 먼저 투기꾼들이 사놓는다. 누군가가 관심을 보여서 들어오면 호가 높여서 팔고 나간다. 진짜 나쁜거다. 안타깝다. 과거에도 그랬다. 20~30대가 사는 것은 끝물이다.

최근 강남에 집을 산 사람들은 팔지도 못하고 있다. 그때보다 많이 오르지도 않았다. 취득세 내야지, 그동안 보유세도 냈지, 양도세도 감안해야된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냈을테고. 1~2억원 오른다해도 마이너스다. 취득세가 억 단위로 나갔고, 그동안 이자까지 나갔고. 여기서 만약 집값이 빠지기라도 시작하면 말 그대로 `하우스 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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