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잘못하면 다 토해내야 돼요"…소상공인 두번 울리는 코로나대출

장슬기 기자

입력 2020-04-17 14:47  



"제대로 작성 안 하면 돈 다시 토해내셔야 돼요."

"정부에서 발표하는 내용은 현장과 달라요."

경기도 내 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찾은 A씨. 자영업자인 A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손님이 끊기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정부에서 지원하는 저금리 코로나 대출을 받기로 했다. 대기줄이 길다는 소식을 듣고 이른 새벽 공단을 찾아갔지만 예약 번호표를 받고 상담 대기까지 2~3시간은 기본이었다.

코로나 대출 신청에 필요한 서류가 복잡하고 양도 많아 서류 미비로 되돌아 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 A씨 역시 카드매출 전표 등 매출 하락을 증빙할 자료와 공단 측에서 요구하는 서류들을 추가로 준비한 뒤 수 차례 방문한 후에야 대출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매출 감소분을 기재한 서류까지 모두 제출하자 담당 직원에게서 돌아온 답은 "서류 제대로 작성 안 하면 돈 다시 토해내셔야 해요."

A씨는 "돈을 공짜로 빌리는 것도 아니고 이자도 내며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대출을 받는 건데, 정부에서 생색이라도 내는 것처럼 `토해내라`고 언급하니 기분이 굉장히 불쾌했다"며 "아무리 업무량이 늘어 피로도가 높아졌다 해도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제대로 된 상담을 제공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대출 다 해주면 나중엔 누가 책임지죠?"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도가 소진됐다는 답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는 소상공인들은 물론,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담보를 요구받는 경우도 많다. 일부 지점에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상품이 모두 소진됐으니 은행 자체 대출을 이용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과 현장은 달라요", "이 달은 이미 끝났고 다음 달도 어떻게 될 지 몰라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소상공인들을 두 번 울리는 현장의 차가운 반응이다.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금융당국이 소상공인 대출 관련 업무에 대해서는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면책조항을 만들었지만, 징계만 하지 않을 뿐 향후 부실에 대해서는 사실상 은행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은행들이 정부 발표와 달리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힘든 일명 `그레이존`까지 대출이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1년 후 만기가 도래했을 때 이들이 대출을 상환할 능력을 갖출 지도 미지수다. 현재 은행권에서 이자 납입 유예와 만기연장, 신규대출 등 소상공인에게 투입한 자금은 21조원 수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기 회복 속도가 늦춰질 수록 이들은 잠재적 부실로 남게 된다.

이처럼 악화된 경기 속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와 잠재적 부실을 그대로 떠 안을 수 없다는 은행의 `동상이몽`이 결국 애꿎은 소상공인들만 두 번 울린다는 지적이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일부 금융권 수장들은 현장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응현황을 직접 점검했다. 소상공인들에게 저금리 상품을 안내하고, 직원들에게 현장 애로를 직접 듣기도 했다. 하지만 위원장이 방문했을 때와 소상공인들이 직접 체감하는 현장의 온도는 다르다. 단지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돈을 풀었다는 `생색내기 식`의 숫자 잔치가 아닌, 실질적으로 피해에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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