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V자 경제회복 어렵다…파격적 금융지원으로 버텨야"

김종학 기자

입력 2020-05-13 15:35   수정 2020-05-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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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은 취약계층·실업자 보호에 투입해야"
“코로나 자신감에 취해 큰 정부로 가선 안돼”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1997년 외환위기 파고 속에 한국 경제 수장으로 위기 극복을 이끈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변화를 이렇게 전망했다.
이 전 부총리는 취약계층의 고통과 기업의 생존 경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이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오늘(13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한국경제·한국경제TV 유튜브로 생중계된 웹세미나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서 이같이 밝혔다.

● "경기침체 이제 시작…생존이 먼저"
이 전 부총리는 "코로나19 이후 V자형 경제 회복은 어렵다"며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고통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위축된 현재의 경제 상황을 현상 유지(Standstill)하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재정과 금융의 정책융합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부총리는 다만 "재정은 취약계층과 실업자를 보호하는데 집중하고, 금융은 시장안정과 기업활동 지속에 투입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지금은 어느 기업이 좋고 나쁘거나, 사회적으로 유망한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연명하는 (금융)정책이 필요하다"며 "일단 살아남은 뒤에 스스로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 해결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한 이후 기업에 간섭하지 않도록 스스로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이 부총리는 "앞으로 2~3년간 실업 해결에만 수십 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취약계층과 실업문제 해결로 정부 역할을 제한하되 나머지 역할까지 욕심을 부린다면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긴 정부가 사회와 경제 문제에 적극 개입 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부총리는 또한 "미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세계 금융시장이 부서지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외환시장의 큰 움직임과 심각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디지털화 가속
이 부총리는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전략과 생산방식, 근무 및 고용형태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같은 변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그동안 중국의 불확실성에 따라 변동한다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코로나 이후 위기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경제 기반과 환경을 재편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함께 참여한 김재윤 삼성전자 부사장(기획팀장) 역시 "코로나19는 거대한 사회실험의 현장이자 4차 산업혁명의 예방주사를 맞은 것과 같다"며 "콜레라 창궐 당시 상하수도 인프라가 구축된 것처럼 디지털 전환이 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전세계 공급망 재편…한국, 미·중 선택 기로
코로나19 사태 속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공급망이 쪼개지고 다시 짜여지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 점도 주목할 변화로 꼽혔다.
이 부총리는 "미국이 일본과 대만을 포함해 공급망을 다시 구축할 때 한국이 이러한 연합체에 들어갈 것인지 중대한 결정을 해야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부총리는 "중국이 미국과 경쟁 상태에 있지만 독자적인 경제권을 갖는 것은 한계가 있고, 국내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 자본 도입이 필요하다"며 "중국 자본시장의 변화와 함께 한국과 중국의 관계도 다시 생각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공급망 변화 조짐에 대한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고민도 그대로 반영됐다.
김재윤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과거 미·소 냉전에 반도체 산업이 발전한 것처럼 미국과 중국 갈등의 중심에 국방·우주·항공에 연관이 큰 시스템 반도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미국이 대만 TSMC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려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라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결국 반도체 기술혁신에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주제로 한 웹세미나에는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재윤 삼성전자 기획팀장(부사장), 최우정 SSG닷컴 대표가 참여했으며, 한국경제·한국경제TV 유튜브 다시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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