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신냉전' 포문…홍콩보안법 강행에 갈등 최고조

입력 2020-05-2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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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입법을 강행하며 `신냉전`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미중 관계가 한층 더 악화할 전망이다.
미국이 홍콩에 부여해온 경제·무역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초강경 카드까지 꺼내든 가운데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마지막 날인 28일 홍콩보안법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홍콩보안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양국 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국 정부는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자치에 "죽음의 조종(弔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 이번 주에 중국에 대한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이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 홍콩이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는데 이는 미국이 홍콩 관련법에 따라 홍콩에 부여해온 관세 면제 등 특별 혜택을 취소하는 수순으로 가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1997년 홍콩 반환 이후에도 경제·통상 등 분야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별개의 특별지위를 인정해왔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이 많다면서 비자 및 경제 제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은 이미 지난해 홍콩의 범죄자 본토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놓고도 심한 갈등을 빚었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홍콩 통제 강화를 위해 결국 밀어붙이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롼쭝쩌(阮宗澤)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의 위협은 예상했던 것이지만 법 제정을 막는데 소용없다.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준비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의 제재 수단은 매우 제한적이며 미국이 중국을 겁박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강조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외부세력이 홍콩에 개입하는 잘못된 행위를 하면 우리는 필요한 조치로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미중 양국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충돌이 격해지는 것을 피하기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관세 폭탄을 주고받던 양국은 지난 1월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루면서 `휴전`에 들어가는 듯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다시 갈등의 정도를 계속 높이면서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마주 달려왔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팬데믹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으며 반중 정서도 팽배해졌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3분의 2가 중국에 비호감을 표시했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05년 관련 항목 설문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아졌다.
중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중 정서를 바탕으로 `중국 때리기`를 통해 올해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코로나 위기관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려 한다는 의심까지 나올 정도로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 갈등은 군사와 경제, 외교 등 다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최근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인근에서 군함과 전투기를 배치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중국 국가안전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반중국 정서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최악이며, 중국은 최악의 경우 미국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시 주석 등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주 전인대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에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미국과 함께 이행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양국이 상대방의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상황까지 가면 무역 합의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전날 의회에서 중국 위구르 인권법안까지 통과시키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높였다.
노골적인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건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술기업을 제재한 데 이어 중국과의 관계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제조업 공급망이 차질을 빚은 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생산을 늘려 공급망을 뒤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반(反)중국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상을 본격화하고 한국 등 동맹국을 참여시키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강경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위주로 경제전략을 전환하는데 속도를 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23일 완전한 내수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는데 이는 미국의 디커플링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양국의 환율전쟁도 재점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급락했는데 중국이 이를 방치한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 되자 미국이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중 양국의 40년 협력 관계가 끝나고 `대결별`을 맞았으며 `냉전 1.5`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최근 진단하기도 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지난 24일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가 신냉전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글로벌 경제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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