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묶자 다시 서울로…강남3구·마용성 집값 반등

입력 2020-07-05 11:54  


정부가 투기수요를 잡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내놓은 6·17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과 전셋값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강남구·송파구 4개동의 아파트 거래는 뚝 끊겼으나 집값은 내려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에 대한 풍선효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아파트 단지의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집값 상승이 가팔랐던 지역은 물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도 신고가 경신 소식이 들리는 등 집값이 상승을 멈추지 않는 분위기다.

◇ 강남·송파구 토지거래허가구역 묶자 거래 `뚝`…인접 아파트 단지 `풍선효과`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6·17 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4개동에서는 규제 발효일인 지난달 23일 이후 이날까지 단 한 건의 실거래 신고만 이뤄졌다.
매매 후 한 달 안에만 실거래 신고를 하면 되기 때문에 신고 기한이 남아있지만, 규제 발효 이후 거래·문의가 뚝 끊겼다는 게 이 지역 중개업소들의 얘기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인근 H 공인 대표는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 매입이 많은데, 이제는 매입 즉시 2년간 들어와 살아야 하기 때문에 투자가 힘들게 됐다. 문의가 끊긴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집을 싸게 던지는 분위기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대책 발효 전에 급매가 다 소진되고 지금은 가격이 오히려 좀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거래 절벽으로 전세 공급이 줄어들면서 전셋값도 상승하고 있다.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의 B 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2년 의무 거주 기간을 채우기 위해 직접 들어오려 하거나 세컨 하우스로 이용하려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려 하고 있다"며 "전세 물건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전셋값도 대책 전보다 3천만∼5천만원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가 어려워지면서 인근 지역 아파트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잠실권이지만 행정동으로는 신천동으로, 이번 규제에서 비껴간 신천동 파크리오의 경우 전용 84.79㎡가 지난달 29일 18억5천만원에 거래되며 규제 이후에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이 아파트 전용 144.77㎡는 지난달 15일 5층이 19억원에 거래됐는데, 대책 이후인 20일 2층이 19억8천만원에 매매됐고 규제 적용 이후인 26일 30층이 22억4천만원에, 26일 23층이 22억8천만원에 거래되는 등 신고가 기록을 계속 다시 쓰고 있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1단지 전용 121.23㎡는 5월 19억1천만원(6층), 20억원(5층)에서 지난달 4일 20억5천만원(4층)으로 가격이 오른 뒤 지난달 28일 21억5천만원(7층)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남구에서는 압구정동 현대5차 전용면적 82.23㎡가 지난달 24일 27억2천만원(11층)에 매매돼 5월 9일 24억원(10층)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해 한달 반 만에 3억2천만원이 뛰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5㎡는 규제 발효 전날인 지난달 22일 22억5천만원(1층)에 매매됐는데, 규제 이후인 지난달 26일에는 23억5천만원(10층)에 거래가 성사됐다.
같은 아파트 전용 134.9㎡의 경우 지난달 12일 31억원(13층)에 팔린 데 이어 지난달 25일 33억5천만원(7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오랫동안 매매가 없던 단지에서 거래도 살아났다.
송파동 위례캐스빌 전용 83.9㎡는 지난달 29일 5억8천만원(4층)에 매매됐다. 이는 같은 평형이 2017년 6월 4억2천400만원에 거래된 뒤 3년 만에 매매가 성사된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6차우성아파트 전용 67.28㎡도 지난달 25일 12억원(4층)에 거래되면서 1년 1개월 만에 매매가 이뤄졌다.
도곡동 D 공인 대표는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고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투자가 묶이면서 희소성 있는 강남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강남 지역에 매수세가 붙으며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마용성·금관구에도 `역 풍선효과`…수도권 묶자 다시 서울로 `헤쳐모여`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이른바 `역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투자 수요가 다시 서울로 `유턴`하고, 이런 분위기 속에 조급해진 실수요자가 가세하면서 서울 전역에서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 3구에 이어 집값이 많이 오른 `마용성` 지역에서도 이번 대책 이후 최고 매매가 신고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한화꿈에그린 전용 84.94㎡는 지난달 12일 11억4천500만원(10층) 매매된 데 이어 이번 대책 이후인 지난달 26일 11억7천500만원(5층)에 신고가가 이뤄졌다.
마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1단지 전용 59.92㎡는 6·17대책 발효 사흘 뒤인 20일 13억원에 계약서를 써 최고 가격 매매 기록을 깼다.
용산구에서는 강촌아파트 전용 84.77㎡가 지난달 26일 16억원(7층)에 거래됐고, 한가람아파트 전용 84.96㎡가 지난달 26일 16억5천만원(21층)에 매매되며 모두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성동구에서는 지난달 22일 금호동 서울숲푸르지오2차 전용 59.86㎡가 12억500만원(4층)에, 지난달 23일 성수동 쌍용 전용 84.78㎡가 11억2천500만원(14층)에, 옥수동 삼성아파트 전용 94.82㎡가 지난달 23일에 12억8천만원(19층)에 각각 최고 매매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9억원 미만의 중저가·중소형 아파트가 몰려있는 노원·도봉·강북구, 금천·관악·구로구 등에서도 집값 오름세가 확인됐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 전용 58.01㎡는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5억원을 넘기며 5억2천만원(8층)에 거래됐고, 금천구 한신아파트 전용 89.46㎡는 지난달 20일 6억원(12층)에 신고가 거래를 마쳤다.
관악구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 71.39㎡는 지난달 28일 10억원(10층)을 찍고 역대 최고 가격에 계약서를 썼고, 구로구 구일우성 전용 59.44㎡는 지난달 27일 5억800만원(16층)으로 처음 5억원을 넘기며 신고가 실거래 신고를 마쳤다.
`역 풍선효과`는 서울을 넘어 경기 성남 분당구, 하남시 등 수도권에서도 나타났다.
분당 이매동 이매촌삼환아파트 전용 84.93㎡는 지난달 25일 10억5천만원(10층)에 거래돼 2월 최고가 대비 3천만원이 오른 가격에 매매가 완료됐다.
분당 정자동 정든마을6단지 한진아파트 전용 112㎡는 지난달 23일 11억8천만원(17층)에 매매가 이뤄져 1월 말(11억4천800만원) 세웠던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규제에서 비켜난 김포, 파주, 천안, 계룡 등에서는 풍선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가격 동향에서 김포시는 이번 대책 발표 이후 2주 연속 아파트값이 각각 1.88%, 0.90% 뛰었고, 파주시는 같은 기간 0.27%, 0.45%씩 올랐다.
미사·위례신도시가 있는 하남시 역시 0.61%, 0.70%씩 올랐고, 고양시(0.41%·0.43%)와 충남 계룡시(1.20%·1.49%) 등의 오름폭도 컸다.
부동산 불안이 이어지자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여당은 부동산 관련 입법을 서두르는 등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이 사실상 예고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집값을 잡고 서민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는 선의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등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수요를 억누르는 규제 일변도 정책을 사용해 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나 도심 재건축 활성화 등 공급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투기 수요가 아닌 무주택·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제·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실수요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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