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실사 무산, 2,500억 소송전 변수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2,500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15일 발표한 입장문을 살펴보면, 컨소시엄은 코로나19로 인한 아시아나항공의 가치 하락보다 인수과정에서 불거진 2019년 결산재무제표의 변동 등 `오너 리스크`와 관련한 문제가 계약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본 것으로 분석된다.
인수 계약의 근간이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기준 재무제표와 2019년 결산 재무제표 사이에는 본 계약을 더이상 진행할 수 없는 차원의 중대한 변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은 `기준 재무제표 대비 실적 악화 이슈는 현금흐름과는 무관한 리스부채, 정비충당부채·장기선수금(마일리지이연수익)의 증가와 관련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2019년 12월 30일 아시아나항공은 연간 잠정 영업손실이 2,841억원이라고 공시했지만, 2020년 3월 30일 확정 공시된 이 회사의 2019년 영업손실은 4,867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와 함께 지난달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 9개 계열사들이 금호고속에 저리로 자금을 대여하는 등 총수 중심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금호고속을 금호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며 고발한 부분은 인수 무산의 또다른 요인이라는 게 HDC현산의 주장이다.
재무제표 변경, 공정위 리스크 등이 잇따라 현실화되면서 HDC현산 컨소시엄 내부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 이후에야 반영된 손실들이 있을 수 있고, 재실사를 통해서 알려지지 않은 부실이 더 발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채권단 측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호산업은 재실사 요구와 관련해 지난 7월 30일 "계약 체결 전 실사 단계에서부터 자료가 제공되었고, 계약 체결 이후에도 인수준비위원회 활동, 자료의 발송, 대면보고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이 이루어졌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HDC현산은 8월 6일 "정작 필요한 자료는 거의 없었고, 그나마 제공된 자료도 주요 부분은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어 실사가 무의미할 정도"라며 "더욱이 계열사와 관련된 자료는 거의 제공되지 않아서 이와 관련한 실사는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인수 무산 이전 재실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이후 예고된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확인 실사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행보증금 반환소송 결과가 뒤집힌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대법원은 한화케미칼이 산업은행 등을 상대로 낸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 해지에 따른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한 바 있다. 당시 소송전은 한화 측이 이행보증금 3,150억원 가운데 1,260억원과 지연이자를 돌려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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