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나발니 독극물 중독, 호텔 객실 물병서 묻은 듯"

입력 2020-09-1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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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중독 증세로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발병 전 방문했던 시베리아 도시의 호텔 객실 물병에 묻어 있던 독극물 `노비촉`에 의해 중독됐음이 확인됐다고 나발니 진영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나발니 진영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독일 검사소가 나발니가 묵었던 시베리아 톰스크의 호텔 객실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물병에서 노비촉 흔적을 찾아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나발니 측은 지난달 20일 그가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쓰러져 입원한 사실이 알려진 뒤 톰스크에 남아있던 측근들이 나발니가 묵었던 호텔 객실에 들어가 그곳에 남아 있던 모든 것들을 수거했다고 전했다.
객실에 있던 물병도 이때 함께 수거해 이후 독일 측에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측근들은 "나발니가 가벼운 병에 걸린 것이 아니란 것을 직감했기 때문에 나중에 독일 의료진에 전달하기 위해 유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져오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주가 지난 뒤 바로 톰스크 호텔 객실에서 가져온 물병에서 독일 검사소가 노비촉 흔적을 발견했다"면서 "이후 알렉세이의 검체를 전달받은 다른 3곳의 검사소도 그가 노비촉에 중독됐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나발니 측은 그가 공항으로 가기 위해 자신의 방을 나서기 전에 누군가가 객실 물병에 노비촉을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이 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을 것이란 점은 처음부터 분명했으며, 실제로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국은 나발니의 중독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나발니 진영은 지적했다.
지난달 20일 톰스크-모스크바 노선 여객기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나발니는 독일 베를린의 샤리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7일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 회복 중이다.
사건 직후 나발니 측은 그가 독극물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처음으로 그를 치료한 러시아 병원과 당국은 나발니에게서 독극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후 프랑스와 스웨덴의 연구소도 나발니의 노비촉 중독을 확인했다.
러시아의 노비촉 개발자 가운데 1명인 레오니트 린크는 이날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톰스크 호텔 물병에 노비촉을 묻혔으면 나발니뿐 아니라 병을 접촉한 모든 사람이 죽었을 것"이라며 나발니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문제의 물병이 톰스크 호텔에서 나온 것이란 점을 증명하기는 어렵다"면서 "그같은 물병은 세계 어디서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톰스크 지역 경찰은 이날 나발니 사건 내사와 관련, 나발니가 운영하는 반부패재단(FBK) 직원 2명을 소환했다고 나발니 대변인 키라 야르미슈가 밝혔다.
한편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 대학에 재직 중인 러시아인 교수 세르게이 예로페예프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발니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고 전했다고 러시아 통신사 NSN이 보도했다.
예로페예프는 "오늘 러시아를 연구하는 유명 대학의 여러 교수들이 나발니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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