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위한 정밀의료 꿈꾼다”, ‘의사과학자’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한상 교수

입력 2020-09-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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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넬 의대 교수팀과 공동 연구한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 단백체 분석
종양 바이오마커 탐색 연구’ 논문, 생명과학·의학 저널 Cell 게재
의사과학자 (physician-scientist)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과학자처럼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를 뜻한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김한상 교수는 진료만 잘하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삶을 바꾸고 미래 의료를 여는 데 기여하기 위해 의사과학자의 길을 택했다. 의사로서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임상적 특징을 알아내고 과학자로서는 경험을 통해 쌓은 임상적 특징과 관련 학문을 접목하고 해결책을 고민한다.



최근에는 코넬 의대 데이빗 라이든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에서 암 조기 진단의 실마리가 될 새로운 종양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발견했다.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 단백체 분석을 통한 종양 바이오마커 탐색 연구(Extracellular Vesicle and Particle Biomarkers Define Multiple Human Cancers)’ 논문은 지난달 13일 세계적인 학술지 ‘셀(Cell, IF 38.637)’에 게재됐다.

연세대 의대에 진학한 뒤 대장암, 간암 등을 연구하는 종양학에 관심을 갖게된 김한상 교수는 대장암과 간암은 폐암, 유방암 등에 비해 치료법과 학문적 연구가 다양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해 보다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고 느꼈다. 연세대 의대 임상의과학자 양성과정 4기를 거치면서 본격적인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문적 연구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의료기술, 치료법, 신약개발 등에 기여할 만한 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한상 교수는 “대장암, 간암 등은 치료법이 제한적이라 다른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는 판정을 받은 환자가 왔을 경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장암과 간암은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서 새로운 시도와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한상 교수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환자가 방문을 하면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틈틈이 시간을 내어 연구를 병행한다. 그럼에도 의사과학자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김 교수는 “정밀의료 실현은 우리 세대의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밀의료는 환자마다 다른 유전체 정보,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을 분자 수준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치료방법을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연구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져 환자 개개인의 치료에 활용되는 선순환적인 생태계 구조가 형성되면 맞춤형 진단?치료, 즉 정밀의료 실현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학술지 셀에 실린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 단백체 분석을 통한 종양 바이오마커 탐색 연구’ 논문은 김한상 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라이든 교수(교신저자)팀과 함께 인체 조직, 혈액 샘플, 림프액을 비롯한 426개 인체 유래 조직(총 18개 암종 포함)에서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를 추출, 질량 분석기를 활용해 프로테오믹스 분석(발현되는 단백질의 종류와 양을 정밀하게 탐색)을 수행했다. 세포밖 소포체는 세포에서 세포 기능 유지 및 신호전달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비하는 다양한 크기의(30~150nm) 작은 막성 소포체 또는 입자를 뜻한다.

그 결과 종양의 유무, 암의 종류까지 진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단백질 바이오마커들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 이들 단백질은 주변 정상 조직에 비해, 종양 조직에서 유래하는 세포밖 소포체에서 발현되는 양이 2배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한상 교수는 “특정 바이오마커의 존재만으로 암 유무와 암종을 판단한다기보다는 이러한 바이오마커들의 존재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암 발생 유무와 암종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암의 조기 진단과 신약 개발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한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차세대 액체 생검 기술에 적용하여 암의 발생 유무 및 재발, 치료 반응 평가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세포밖 소포체 및 입자 추출 방법의 고도화, 단백체 탐색 기술의 고도화, 분석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혈액 검사를 통한 암 조기 진단 등 임상적 적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한상 교수의 휴대폰 메모장에는 위암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전 연세대 의대 노성훈 교수의 30년 계획이 적혀있다. △1987~1998 수술 술기의 발전 및 표준화 △1998~2007 환자 중심의 시술 △2007~2019 생존율 향상 및 정밀의학 구현이 메모 내용이다.

김한상 교수는 “현재 대장암, 간암 4기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 정도이지만 30년 뒤에는 80 이상으로 높이고 싶다”면서 “노 교수님이 계획했던 것처럼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 30년 후에는 암이 불치병이 아닌 병으로 인식되는 정밀의료를 실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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