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치솟는 서울 전셋값…전세 난민들 패닉 상태

입력 2020-10-17 08:51   수정 2020-10-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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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천정 부지로 치솟고, 매출이 급격히 자취를 감추는 등 전세난이 악화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는 임차인들은 집 걱정을 덜었지만, 당장 전셋집에서 나와 다른 집을 구해야 하는 임차인들은 전세 품귀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오른 전셋값에 그야말로 `패닉`(공황) 상태다.

17일 서울·경기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현상이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석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전국 최대 단지로 꼽히는 9천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현재 인터넷 부동산 포털 등에 올라와 있는 전세 매물이 6건, 월세가 8건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의 인기 평형인 전용면적 84.95㎡는 닷새 전인 12일 보증금 6억7천2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 정보에 등록됐다.

이는 2년 전 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보인다. 보증금 6억4천만원짜리 전세를 5%(3천200만원) 올려 재계약한 거래로 추정된다.

유사 평형인 84.96㎡는 지난달 26일 보증금 10억7천만원(2층)에 계약이 체결됐고, 84㎡ 규모의 전세 호가는 현재 보증금 11억5천만∼12억원에 육박한다. 2년 전보다 2배가량 뛴 값이다.

헬리오시티 물건을 중개하는 A 공인 대표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자기가 사정이 있어서 제 발로 나가는 임차인을 빼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라며 "전세 매물이 씨가 말라 지금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단지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세는 1건, 월세는 2건 나와 있는 게 전부다.

전셋값도 이미 크게 올라 84.79㎡의 경우 10억원대에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딱 1개 나온 전세 역시 같은 면적으로, 집주인이 11억5천만원을 부르는 상황이다.

3천885가구 규모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전체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12개에 그치고 있다.

전용 59.96㎡는 전세 보증금이 8월 5억5천만∼6억5천만원에서 현재 7억5천만원까지 올랐고, 84㎡ 전셋값은 1∼2개월 사이에 8억원대에서 9억원대로 뛰었다. 집주인들은 9억5천만원을 받으려 한다.

아현동 B 공인 대표는 "여기는 인근에 입주 아파트가 있어 전세가 전혀 없지는 않은데, 한두 달 전보다 전셋값이 너무 올랐다며 더 싼 전세를 찾아 돌아가는 수요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고가 거래도 계속되고 있다.

강남구 도곡렉슬 85㎡는 지난 14일 보증금 15억5천만원(5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져 역대 최고 가격에 전세 계약서를 썼고, 래미안대치팰리스 91.93㎡도 지난달 29일 보증금 17억3천만원(28층)에 신고가를 갱신하며 전세 거래를 마쳤다.

강남구 압구정동 H 공인 관계자는 "전세 계약 기간이 도래한 임차인 대다수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으려 하면서 전세 매물을 찾기가 힘들고, 그나마 임차인이 퇴거하는 전셋집도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전세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 H 공인 대표는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보증금을 2년에 5%밖에 올리지 못하게 되자 새로 임차인을 구하는 집주인들은 1억원 넘게 전셋값을 올려 부르기도 한다"며 "다른 때 같으면 콧방귀를 뀌었겠지만, 지금은 물건이 없으니 이걸 받아주던지 더 싼 전세를 찾아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의 전세 상황도 비슷한 상황이다.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2 전용 84.95㎡는 지난 10일 보증금 6억4천만원(26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처음으로 6억원을 넘겼고, 노원구 중계동 금호타운 84.98㎡는 지난 12일 보증금 6억원에 전세 계약서를 써 처음 6억원을 돌파했다.

금호타운의 경우 직전 거래인 지난달 15일 4억원(10층)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사이 전셋값이 2억원 뛴 것이다.

경기도 화성시 영천동 동탄2신도시의 동탄파크푸르지오 74.75㎡의 경우 지난 13일 보증금 4억3천만원에 최고가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신고됐다.

이 아파트에서 이보다 큰 면적인 84.94㎡는 9월 보증금 3억5천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이 가장 최근 거래다. 84㎡의 경우 불과 2∼3개월 전까지는 보증금이 3억원을 넘지 않았으나 지금은 4억5천만∼5억원을 부르는 상황이다.

전세가 뛰면서 반전세와 월세도 늘고 있다.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47일간 성사된 임대차 거래는 17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순수 전세 거래는 6건에 불과하고, 11건은 월세를 낀 반전세 거래였다.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부 월세의 가격 수준도 부담스럽다.

이 아파트 84㎡ 규모 반전세는 지난달 19일 보증금 3억원에 월세 240만원(29층), 지난달 26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260만원(9층), 지난달 29일 보증금 6억5천만원에 월세 100만원(3층) 등으로 매달 100만∼260만원까지 월세를 낼 수 있어야 입주가 가능한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호규  기자

 donni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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