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빅테크 손 볼까…미국 기술주들이 흔들리는 이유 [한입경제]

김종학 기자

입력 2020-11-13 18:05   수정 2020-11-1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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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기술주 대선 이후 '출렁'
    기업해체도 가능한 반독점법
    구글·아마존, 정말 해체될까


    "애플은 어떤 시장에서도 독점하지 않고 있다. 삼성, LG, 화웨이와의 경쟁에 노출돼 있다" 지난 7월 팀쿡 애플 CEO가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순다르 피차이 등 대형 정보기술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미 하원 반독점 위원회에 출석해 내놓은 해명입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이들이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내년 1월 바이든, 즉 민주당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잘 나가던 미국 기술주들의 주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 시장 독점하면 `해체`…나스닥 흔드는 미국 민주당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바이든 당선인측은 정보기술 업체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습니다. 빌 루소 공보부국장은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와 폭력적인 정보를 노출하고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앞서 바이든 캠프 대변인도 "많은 기술기업 거물들과 그들의 임원들이 권력을 남용했다"며 기술기업들과 대립각을 세웠죠.

    이미 미국 하원 반독점 위원회가 지난달 1년 4개월 조사 끝에 450페이지에 달하는 정보기술 기업의 반독점 보고서를 내놨는데, 이 제안에는 정보기술 기업들도 독점하면 해체할 수 있도록 기존 법률을 강화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주요 기업들의 인수합병 목록을 포함해 페이스북은 왓츠앱, 인스타그램, 아마존의 홀푸드,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유튜브 등이 구체적인 규제 대상으로 지목되기까지 했습니다.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정보기술 기업의 주력 사업들을 쪼갤 수 있다는 우려에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대표적인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9월 1일 이후 약 10% 하락했습니다. 바이든 당선 이후엔 기술주들의 주가가 더 출렁이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대형 기술기업들이 긴장하고, 주가까지 흔들리는 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반독점 제도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 역대급 재벌 록펠러가 탄생시킨 `안티-트러스트`

    미국 정보기술 기업을 겨냥하고 있는 `안티 트러스트(Anti-Trust)` 우리말로 반독점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사람은 미국 건국 이후 최고 재벌로 기록된 존 데이비슨 록펠러입니다. 사망 직전 약 3,360억 달러, 현재 최고 부자인 아마존 제프 베조스보다 2배는 더 많은 재산을 가졌던 인물입니다.

    록펠러는 미국에서 유전 개발이 한창이던 1870년 석유를 등유로 정제하는 회사 `스탠다드오일`을 만들고 리베이트를 통해 원유 시장의 약 90%를 장악했습니다. 이 무렵 미국은 서부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철도가 놓이던 시기인데, 록펠러는 `철도왕` 밴더빌트에게 물량을 몰아주는 대신 원유 수송비용을 줄이는 조건으로 지금의 리베이트로 알려진 특혜 제안을 성사시킵니다.

    이른바 석유왕과 철도왕이 `신뢰`를 기반으로 결탁한 뒤 경쟁 기업들은 흡수하거나 폐업하게 만든 겁니다. 스탠더드오일이 트러스트로 시장을 말살시킨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미국 정부는 1890년 셔먼법으로 불리는 `안티트러스트 제도`를 만들고, 1911년 연방대법원을 통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을 34개 회사로 공중분해시킵니다. 이후 1914년 제도를 보완해 크레이턴법, 연방무역위원회 법이 추가로 더해졌습니다.

    미국의 반독점법은 이후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담배회사 아메리칸타바코, 방송사 NBC, 통신사 AT&T 등을 겨냥해 회사를 해체했고, 기술기업 중에는 1980년대 IBM이, 20년 전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익스플로어 등 소프트웨어 독점 문제로 2개의 회사로 쪼개질 뻔하다 살아남았습니다.

    ● 세계 장악한 G·A·F·A…정말 해제시킬 수 있을까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이 막히는 바람에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민주당측에 5,360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지출한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바이든 당선인과 미국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은 좀처럼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통신비, 담배가격, 인터넷 서비스 등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를 빼앗고, 더 혁신적인 기업의 탄생을 막을 때마다 강력히 규제하고 해체하도록 해온 게 미국 반독점 제도의 역사입니다. 시가총액만 1조 달러가 넘는 구글, 아마존 등 대형 기업들이 정말 쪼개질까 싶지만 한 세기가 넘는 미국 반독점법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지난 50년간 미국 정부가 눈감아주는 사이에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해온 정보기술 기업들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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