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강남 살겠다"…세부담 월세로 막는 집주인들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이지효 기자

입력 2020-11-16 17:31   수정 2020-11-17 09:32

    # "넌 다 계획이 있었구나"

    <앵커>

    다음 키워드 보겠습니다.

    "넌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고 돼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 아닌가요, 이번에는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계획이 있는` 강남 부동산 얘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억제 정책에 모두들 강남 집값 떨어질까 관심 가지시죠.

    하지만 강남의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면

    정부 정책마저 다 계산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서울 집주인들이 정부 정책을 이미 다 예상했다는 의미인가요?

    <기자>

    정확히 보면 서울의 다주택자들 얘기입니다.

    정부 규제로 서울의 고가 주택 매매시장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현재는 9억원 이하 주택들 거래만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임대차 3법까지 통과되면서 전세 매물도 잠겼습니다.

    그러자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세도 급등했는데요.

    여러채의 집을 가진 집주인 입장에서는

    어떤 부동산 규제에도 플랜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되는 상황이죠.

    <앵커>

    한 예능에서 "집값 떨어질 줄 알고 강남 월세 살았다"고 얘기한

    연예인 김광규 씨 얘기가 떠오르네요.

    <기자>

    네. 그런데 그런 분이 김광규 씨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오늘(16일) 직방이 낸 자료에 따르면 월세가격이 가장 높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은 강남 3구였습니다.

    서울 월세 거래가격 상위 10%는 올해 강남 3구가 63.2%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서울 상위 10% 월세 거래 평균가격은

    2018년 232만 2,000원, 2019년 230만 6,000원에서 2020년 238만 1,000원으로 높아졌습니다.

    하위 90%가 61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70만원 이상 차이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월세가 높아지면 보증금은 낮추지만,

    2017년부터 상위 10%는 월세와 보증금도 모두 높아졌습니다.

    <앵커>

    왜 이렇게 강남 월세가 높아지고 있는 겁니까?

    <기자>

    한마디로 비싸도 살겠다는 사람은 많고,

    집주인은 내야 할 세금이 많아서 그렇다는 분석입니다.

    정부 규제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내년에 막대한 종부세와 재산세를 납부해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집을 갖고 있으면서 임대를 놓고 월세를 받는다고 하면,

    그 월세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세금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임대료를 올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죠.

    여기에 정부의 규제로 전세 매물은 잠기는데 반해,

    청약 대기 수요 증가, 대입 정시 확대 등으로 강남에 살고자 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습니다.

    "월세가 아무리 올라도 강남에 살겠다"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월세가 계속 오르는 것이죠.

    <앵커>

    집주인이 세금 인상분을 월세로 충당한다는 건가요?

    <기자>

    네. 조세 전가 현상은 경제학의 기본 이론입니다.

    세금을 올릴 경우 납세자가 이를 상품 가격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다른 이에게 넘기게 된다는 건데요.

    세금 부담이 커질 수록 전세가 보증부 월세로 전환되고, 월 임대료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죠.

    직방 관계자는 강남을 두고 "고가 월세를 지불할 수 있는 수요가 한정된 만큼,

    일반적인 임대차 시장과 분리되어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집주인의 세금 부담을 늘린 정책들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정부는 2018년 7월 6일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내면서,

    현재 80%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향후 2년에 걸쳐 9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죠.

    이후 4년에 걸쳐 100%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종부세는 주택의 공시가격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서 나온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계산하는데,

    이 공정시장 가액비율이 높아지면 공시가격이 그대로라도 종부세가 오릅니다.

    여기에 공시가격 자체도 급격하게 올렸습니다.

    올해 공시가격이 평균 14.75% 올랐는데 지난 2007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최근 2년간 월세 가격을 살펴 보면,

    재산세 납부시기인 7월과 9월 전후로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한국감정원 월간 월세통합가격지수는 2019년 8월을 기점으로 상승이 시작됐으며 올 8월부터는 상승세가 0.13~0.16%로 가팔라졌는데요.

    여기에 임대주택사업자의 세제혜택을 없앤 점도 조세 전가 요인으로 꼽힙니다.

    <앵커>

    그간 전셋값이 폭등해 정부가 이번주에 전세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죠.

    하지만 월세에 대한 대책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9일 ‘임대차 3법 조기 정착과 전세 가격 안정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라는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여기서 최근 전세 가격 상승이 임대차 3법 때문이 아닌 저금리 때문이라는 나름의 분석을 제시했는데요.

    다만 이 자료에서도 정부는 전세 가격 만큼이나 급상승하고 있는 월세 가격에 대해서는 어떠한 분석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월세 세액공제를 재정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한 발언이 사실상 유일한 월세 관련 정부의 언급인데요.

    이번 대책이 늘 그랬듯 또 다른 부작용을 낳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시장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세상에서 제일 쓸 데 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지만

    이 상황이라면 월세 사는 김광규 씨 속은 더 쓰리겠군요.

    네, 지금까지 이지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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