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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시대 열렸다…바이드노믹스 골격 어떻게 잡힐까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0-11-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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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20일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앞두고 주요 직책에 대한 인선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내정자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이어 여성 첫 재무장관이라는 화려한 이력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미국 경제를 어떤 처방으로 구해낼 것인가가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재닛 옐런은 경제학자일 뿐만 아니라 모형을 통해 예측을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Fed 시절 실무적인 면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줄곧 버냉키 의장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을 뿐아니라 그 밑에서 실무를 총괄해 남아 있는 위기극복과 경기회복 과제를 해결하는데 적임자로 평가돼 왔다. 위기 이후 후유증인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도 무난하게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는 Fed 의장으로서 재임기간 평가는 ‘A+’였다.

옐런 시대가 열림에 따라 역시 가장 관심이 되는 것은 미국의 재정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Fed 의장 시절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했는가를 참고하면 얻을 수 있다. 옐런은 어떤 환경과 직책에 있는 간에 일관성을 잘 유지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Fed 의장 시절 옐런은 중앙은행은 그때그때 통화정책 여건 등에 따라 그 포함 혹은 관할범위가 변해야 한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여 왔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발권기능, 최종대부자로 은행의 은행, 금융사에 대한 감독 등이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글로벌화와 온라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특정 국가만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추진하다간 중앙은행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가장 큰 변화가 통화정책 관할대상에 실물경제 뿐아니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포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를 놓고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의 논쟁이 오랫동안 전개돼 왔다. 전자는 통화정책 대상에는 원칙적으로 증시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린스펀 전 의장의 신념이다. 하지만 이 독트린은 2000년대 초반 실물경제 여건만을 고려한 저금리 정책은 한때는 큰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자산거품을 일으켜 금융위기를 낳게 한 주범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버냉키 전의장은 통화정책 대상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이를 추진해 왔다. 특히 고수익을 목적으로 각종 파생상품과 레버리지 투자로 실물경기와 자산가격이 따로 노는 정도가 심한 여건에서는 통화정책은 자산시장을 반드시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버냉키 독트린’의 핵심이다.
옐런도 ‘버냉키 독트린’을 실천해 온 인물로 주요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자산시장을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학계를 중심으로 아직도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의 논쟁이 진행되고 있으나 옐런 시대가 도래하면서 버냉키 시대보다도 후자 쪽으로 더 기울면서 통화정책에 자산시장의 고려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 관할범위 등 정책여건이 변화된 만큼 중앙은행 목표도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 옐런의 입장이다. 중앙은행 목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있는 만큼 밀턴 프리드먼 등과 같은 통화론자와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진 파머와 시카고 학파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천사와의 키스’만 할 것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고 시장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물가는 추세적으로 안정되고 있다. 날로 격화되는 경쟁을 이기기 위해서는 최종상품의 가격파괴와 인하에 따른 ‘월마트 혹은 할인 마트 효과’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물가가 불안하다고 한다면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선을 벗어나는 정도다.

물가가 안정된 시대에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성장과 고용, 위기극복 등과 같은 다른 목표를 추진해야 한다. ‘악마와의 키스’가 ‘천사와의 키스’로 대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옐런은 버냉키 전 의장과 함께 앞으로 중앙은행은 ‘물가목표제(inflation targeting)’ 뿐만 아니라 ‘성장목표제(growth targeting)’, ‘고용목표제(employment targeting)’를 함께 설정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물가안정보다는 경기부양과 고용창출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Fed는 2012년 12월 회의에서 물가안정 뿐만 아니라 고용목표제를 도입했다. 이때 실무적인 차원에서 고용목표제 도입을 검토하고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사람이 옐런이다.
옐런 시대를 맞아 고용창출에 최우선 목표를 둔다면 경기에 우호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청년층 고용에 한계를 보이는 정보기술(IT)이 발달함에 따라 세계경기 호·불황에 관계없이 고용창출을 우선하는 통화정책 운용이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정책 목표가 수정될 경우 적정금리 산출방식도 변경돼야 한다는 것이 옐런의 기본 입장이다. 특정국의 정책금리를 올리는 데에는 여러 기준이 있으나 종전의 경우 금융시스템과 시장경제의 원리가 잘 작동될 때에는 전통적인 중앙은행 목표대로 인플레를 중시해 정책금리를 변경해 왔다.
대부분 중앙은행들은 연초에 물가관리 목표선을 설정 공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간 인플레 목표치를 설정하는 데에는 피셔의 화폐수량설에 따른 유럽식 방법이 많이 활용됐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 극복 과정처럼 금융시스템과 시장기능이 잘 작용되지 않을 때에는 정책목표를 감안한 적정금리를 기준으로 정책금리 변경여부를 결정한다.
적정금리를 산출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가 있으나 정책목표를 감안한 적정금리 산출방법으로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준칙은 적정금리를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다. 이 준칙은 성장과 물가가 목표치와 차이가 날 경우 통화당국이 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으며 그것이 과연 적절한 수준이었나를 검증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돼 왔다.
테일러 준칙은 통화정책의 시차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옐런은 오래 전부터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에 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 준칙은 Fed의 양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해 두 목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정책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특히 고용목표 달성에 도움되면 물가가 일시적으로 목표치를 벗어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앨런 룰`이라고도 불리는 이 주장은 어떤 경우든 물가 목표치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다른 준칙과는 대조적이다. 통화론자들은 정책금리 등을 변경할 때 `통화 준칙(monetary rule)`에 의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를 테면 한국은행의 목표 상한선이 3.5%일 때 이보다 물가가 올라가면 자동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려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준칙의 핵심이다.

하지만 물가 이외의 다른 목표달성에 도움이 된다면 정책금리는 변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최적통제준칙에 의한 정책금리 결정방식이다. 통화론자 입장에서 보면 ‘악마 중의 악마와의 키스’인 셈이다. 전통적으로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유럽중앙은행(ECB)조차도 ‘법치(法治)’보다 ‘인치(人治)’에 의한 정책금리 결정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Fed 의장에 이어 재무장관을 맡는다 하더라도 옐런은 통하정책의 운용방식을 그대로 재정정책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배보다 성장, 물가안정보다 고용창출에 우선순위를 둘 바이드노믹스의 첫 재무장관으로 재닛 옐런이 임명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런 점이 구려됐기 때문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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