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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첫 美 재무장관 '재닛 옐런'…폭락하는 달러, 적극 부양에 나설까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0-12-07 17:12  


내년 1월 20일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앞두고 주요 직책에 대한 인선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재닛 옐런 재무 장관이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이어 첫 여성 재무 장관이라는 화려한 이력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미국 경제를 어떤 처방으로 구해낼 것인가가 관심이 되고 있다.
어떤 정책이든 복잡한 현실을 푸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시차가 길고 논리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경제 정책일수록 더 어렵다. 이 때문에 특정 경제이론에 의존하기보다는 당면한 현안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했던 종전의 정책 처방을 참고하는 실증적 방법이 많이 활용된다.


평가의 준거 틀로 삼아왔던 여러 정책 처방 가운데 옐런 재무 장관이 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연설했던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 애용돼 오고 있다. 특히 바이든 당선자가 부통령으로 근무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면서 당시 최대 난제였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적용됐다.
예일 패러다임의 출발은 1950년부터 1988년 은퇴할 때까지 예일대에서 화폐 경제학을 가르쳤던 제임스 토빈이다. 정책적으로는 아서 오쿤, 로버트 솔로, 케네스 애로 교수 등과 함께 1960년대 케네디와 존슨 정부 시절에 실행됐던 경제정책을 설계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윌리엄 노드하우스, 로버트 실러 교수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인 기조는 경기 침체, 위기 극복 등과 같은 단기과제 해결은 케인지언 이론을 선호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과 완전고용 등과 같은 장기과제는 신고전학파 이론을 받아들인 독특한 정책 처방 패키지이다. 즉, 단기과제는 총수요와 총공급(혹은 IS/LM) 곡선으로 이해하고, 지속 가능 성장과 고용 창출 등의 장기과제는 토빈과 솔로 모델을 선택했다.
정책수단은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이 더 유용하다고 봤다. 이 때문에 재정정책은 경기부양을 위해 일시적으로 적자 폭이 커지더라도 ‘재정 건전화’의 틀은 깨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물가가 어느 선을 벗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경제 활력을 북돋는데 바람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일 패러다임을 토대로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1960년대와 1990년대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토빈 교수가 케네디 정부에 정책 자문했던 1961년 이후 106개월 동안 확장 국면이 지속됐다. 1990년대에는 예일대 교수들이 다시 클린턴 정부와 손을 잡으면서 확장 국면이 2001년 3월까지 120개월 동안 지속됐다.


예일 패러다임대로 바이든 시대 추진될 경제정책을 예상해 보면 거시 기조는 ‘분배’보다 ‘성장’, 목표는 ‘물가 안정’보다 ‘고용 창출’에 우선순위를 두는 가운데 운영방식은 ‘준칙’보다 ‘재량적’ 방식, 시장과의 관계는 ‘우월적’보다 ‘친화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높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비중은 후자에 무게를 두되, Fed와의 협조를 중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 재무 장관의 주 업무인 재정정책은 ‘경기 부양(고용 창출)’과 ‘재정 건전화’를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우선순위를 바꿔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 출범 첫해 최대 과제가 될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단기적으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 재정지출 정책으로 코로나 사태가 극복되고 지속 가능성 성장 기반이 마련될 경우 Fed의 평균 물가 목표제와 마찬가지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우선순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첫해부터 법인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대폭 올리는 증세 정책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경기 부양과 재정 건전화를 도모하기 위해 처음부터 ‘제3의 정책 섹터’가 모색될 수 있다. ‘제3의 정책 섹터’란 전통적인 정책수단이 바닥이 난 상황에서 위기 직후 추진했던 비상 대책의 부작용을 예방하면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말한다. 한때 사회주의 경직성과 자본주의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이념 모델로 주목받았던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과 같은 맥락이다.
제3의 섹터로서 우선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 ‘페이-고(pay-go)`다. 엄격히 따진다면 새로운 정책은 아니라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 추진됐던 정책이다. 균형재정승수가 ’1‘이라는 것을 이용해 세금과 지출을 동시에 늘려 경기 룰 부양하는 일본의 ’간지온‘ 정책도 이 범위에 속한다.
‘페이-고’ 정책은 경기부양 효과가 적은 일반 경직성 부문을 삭감(pay) 하고 대신 경기부양 효과가 큰 쪽으로 몰아준다(go) 는 것이 기본 메커니즘이다. 클린턴 정부 때는 이 정책을 추진해 재정수지를 ‘균형’으로 개선하고 ‘신경제`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고성장-저물가의 이상적인 골디락스 국면을 누렸다. 바이오 당선자가 부통령으로 근무했던 오바마 정부 때도 이 정책을 부활해 추진했다.
또 하나의 과제인 환율정책은 민주당 전통대로 달러 가치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기고 트럼프 정부 때 흐트러졌던 환율 보고서는 매월 4월과 10월 중순에 발표하는 원칙을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환율 보고서는 내년 4월 15일 전후 올해 대선으로 미뤄졌던 하반기 환율 보고서를 통합시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1988년 종합무역법에 뿌리를 두고 있는 환율 보고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교역국이 최우선 순위를 둬 대책을 강구할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환율 조작국에 걸리면 행정명령으로 발동되는 ‘슈퍼 301조’에 의해 강력한 보복 조치를 당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슈퍼 301조가 ‘전가의 보도’에 비유될 정도였다.

강력한 조치에 힘입어 무역적자가 개선되자 1995년 4월 ‘역(逆) 플라자 합의(선진국 간 달러 강세 유도 협약)’ 이후 미국의 외환정책이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방향(‘루빈 독트린’이라 부름)으로 바뀌었다. 2015년까지 이어졌던 이 시기에 교역국 통화 가치의 평가절하가 문제 되지 않음에 따라 환율 보고서는 무의미해졌고 무역적자가 다시 확대됐다.
미국 경제는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재정적자까지 확대되는 ‘쌍둥이 적자’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마이클 베넷, 오린 해치, 톰 카퍼 등 3인의 의원이 주도가 돼 ‘무역 촉진법 2015’ 중 교역국 환율에 관한 규정(BHC 법안)이 대폭 강화됐다. 이 법안이 오바마 정부 집권 2기 마지막 해인 2016년 2월에 의회를 통과됐다.
BHC 법에 따르면 △대 미국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가 3% 이상 △외환시장 개입이 지속적이며 그 비용이 GDP의 2% 넘는 요건 순으로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환율 심층조사 대상국(종전의 환율 조작국)’, 두 가지 요건만 충족하는 국가는 ‘환율감시 대상국’에 지정된다. 내년 4월에 발표되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첫 환율 보고서에서 어느 국가가 처음으로 환율 조작국에 지정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되고 있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 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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