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사 美증시 퇴출, 미중 자본시장 결별?

입력 2021-01-0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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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모바일을 비롯한 중국 3대 국영 통신사가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부인 뉴욕 증시에서 쫓겨나게 됐다.
이들 통신 3사의 전체 발행 주식 가운데 미국 증시에 상장된 양은 매우 작아 이들 기업이나 전체 증시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지정한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만 하면 미국 증시에서 강제로 퇴출당한다는 점이 처음으로 분명히 확인되면서 신냉전 구도 속에서 미중 자본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시대가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오락가락 행보 끝에 결국 지난 6일(현지시간) 차이나모바일 등 3사를 상장 폐지한다고 밝혔다.
시장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미 국방부가 지정한 `중국 인민해방군 연계 기업 목록`에 오르면 해당 기업이 즉시 미국 증시에서 쫓겨나게 된다는 점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따른 제재 효과가 미국 기관과 개인의 해당 기업 대상 투자가 금지되거나 미국계 기관이 운영하는 증시 지수에서 해당 기업들이 배제되는 것 정도로 여겨졌는데 기존 상장사가 증시에서 즉각 퇴출당하는 강력한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11월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미국인들이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그간 시장에서는 `미국인 투자 금지`가 과연 어떤 조치까지를 포괄하는 것인지를 둘러싼 혼선이 존재했다.
NYSE가 중국 3대 통신사를 처음 상장 폐지한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하고, 다시 상장 폐지한다는 결론을 내릴 때까지 갈지(之)자 행보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미국 재무부가 나서 행정명령과 관련해 미국인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의 거래에 일체 관여할 수 없다는 보다 선명한 지침을 내놓으면서 중국 통신사 상장폐지와 관련한 `교통정리`가 마무리됐다.
현재까지 미 국방부가 지정한 중국군 연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은 모두 35개.
앞으로 미중 관계의 향배에 따라 블랙리스트 목록에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지금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큰 불확실성의 그늘을 드리운다.
안 그래도 작년 12월 미국에서 `외국회사 문책법`이 도입돼 미국 증권감독 당국의 회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중국 기업이 3년 뒤에는 대거 강제 퇴출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중국 통신사 퇴출 사건을 통해 세계 투자자들이 3년 뒤에나 닥칠 것으로 예상한 폭풍이 이미 해안에 상륙했음을 갑자기 깨닫게 된 셈이다.
최근 일부 미국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만일 임기 종료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시가총액이 670조 원에 달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중국군 연계 블랙리스트에 올리면 관련 주식이 폭락하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자본시장에 당장 `메가톤급` 충격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블랙스톤과 뱅가드그룹 등 무수한 대형 기관 투자자들과 많은 미국 개인 투자자들도 알리바바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 같은 초대형 기업을 제외해도 미국 증시에는 이미 수많은 중국의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징둥, 핀둬둬, 넷이즈, 씨트립을 비롯한 중국의 많은 유망 기업이 중국 대신 미국 증시에 상장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는 그간 미국과 중국 자본시장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총 230개, 이들 기업의 시총은 1조 달러(약 1천100조 원)로 미국 전체 시총의 3%에 달한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2019년 말부터 이미 알리바바, 징둥, 넷이즈 등 여러 중국 대형 기업들이 홍콩에서 대규모 2차 상장을 하는 등 미국 증시에서 서서히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또 중국 정부는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기술주 전문 시장인 과학혁신판(스타 마켓)에 자국 첨단 기업의 상장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이번 3대 중국 통신사의 미국 증시 퇴출을 계기로 미국 상장 중국 회사들의 `자진 이탈`이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원래는 미국 증시 강제 퇴출까지 3년의 완충 기간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재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며 "미국 상장 중국 회사들의 능동적인 이탈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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