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멤버 성향은 '공매도 재개'?…정치가 동학개미 우군

입력 2021-01-2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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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할 금융위원회 멤버들의 성향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지만 정치가 공매도 금지 연장을 바라는 동학개미들의 우군이라는 분석이다.
20일 연합뉴스에 보도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공매도 관련 사안은 9명으로 구성된 금융위 회의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속 시원히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금융위가 합의체 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으나 평소 금융위의 정책에 대해 막힘이 없었던 은 위원장이 유독 공매도 문제와 관련 금융위 전원회의의 `고유 권한`을 들먹이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위원은 모두 9명이지만 현재는 1명이 결원이어서 조속히 채워지지 않는다면 공매도 재개 여부는 8명이 결정해야 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그간 오는 3월 15일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 작업을 벌여왔고 이를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했다. 위원들의 성향을 보면 공매도 재개 자체를 반대할 위원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은성수 위원장과 도규상 부위원장, 최훈 상임위원, 심영 비상임위원 등 4명의 당연직 위원을 포함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가 현재 금융위 전원회의 멤버다.
이들 개개인을 뜯어보면 관료나 대학교수, 중앙은행 소속으로 특정 투자 주체의 이해관계보다는 전체 금융시스템 안정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중시하는 성향이다.
돌이켜보면 작년 3월 15일 공매도 한시 금지를 결정할 당시의 증시는 무섭게 내려앉을 때였다. 2월 14일 2,243.59포인트에서 3월 5일 2,085.26포인트까지 떨어진 코스피 지수는 3월 23일엔 1,482.46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이처럼 패닉 상태에서는 시장 안정을 위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는 공매도 금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3,000포인트 위에서 코스피 지수가 움직이고 있다. 지수 자체만 놓고 보면 공매도 금지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 외국의 사례나 대외적인 시장 신뢰, 주식 가치 확인과 과열 교정 등 순기능도 가벼이 할 수 없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는 제도 개선을 통해 개미투자자의 불만인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은 뒤 공매도 금지를 풀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가 선뜻 공매도 재개를 결정하긴 만만찮은 상황이다. 증시의 거대 권력으로 부상한 동학개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작년 가을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려다가 동학개미의 반발에 밀려 철회한 바 있다.
게다가 오는 4월엔 부산시장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내년엔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의 연장을 요구한다. 양향자 최고위원과 박용진 의원이 총대를 메고 있다.
아직 당 지도부가 입장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당내에서 공매도 금지 연기론자들의 세가 커지고 선거가 임박하면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언론을 향해 "단정적인 보도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최종 결정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고, 금융위 전원회의가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방향이 어떻게 될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금융위 위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위원은 "금융위 회의가 열리면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 뒤 숙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작년 12월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영원한 공매도 금지 청원합니다`에는 19일까지 15만6천여명이 가세했다. 청원 마감일인 1월 30일까지는 정부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 선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가 흐름도 공매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늠자다. 정부로서는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 위에서 움직일 경우 공매도 재개에 대한 부담감이 적겠지만 주가가 그 밑으로 떨어진다면 공매도 재개 카드를 뽑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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