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없이 40년간 갚는 '모기지'…"70살까지 일해서 갚으라고?" [이지효의 플러스 PICK]

이지효 기자

입력 2021-01-20 17:40   수정 2021-01-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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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짜리 초장기 모기지 출시
    3억 주택 사면 월 70만원 내야
    미국·일본서 50년짜리 상품도
    "원리금↓…영끌족 위험 대처"
    "70살까지 일해서 갚아?" 지적
    # 모기지 모르지?

    <앵커>

    [플러스 PICK] 시간입니다.

    이지효 기자, 첫 번째 키워드부터 바로 볼까요?

    <기자>

    네, 첫 번째 키워드는 `모기지 모르지?`로 잡았습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하는 주택담보대출을 모기지라고 하죠.

    원래 주택담보대출은 30년 동안 갚는 것이 일반적인데,

    만기를 10년 늘린 40년짜리 모기지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앵커>

    주택담보대출은 최장 30년까지 되고, 보통 10년, 20년 이렇게 만기를 가져가는데요.

    40년짜리 모기지가 나온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대출만 가지고 어떻게 집을 사느냐는 말이 있다"면서

    "장기 모기지를 도입해 매달 월세를 내면

    30·40년이 지나 내 집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만약 3억원의 주택을 구입한다고 할 때 최대 2억 1,000만원까지 대출이 되는데요.

    현재는 원리금으로 매달 83만원 정도를 30년 동안 갚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출 기간이 10년 정도 늘면

    다달이 갚아야 하는 돈은 70만원 수준으로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앞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40년 모기지 도입을 제안했고,

    홍남기 부총리도 "분위기와 여건만 된다면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화답한 바 있습니다.

    <앵커>

    30년에 낼 것을 40년에 걸쳐서 내면 부담이 줄기는 하겠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네, 이미 해외에서는 초장기 모기지 상품들이 정착돼 있습니다.

    미국에는 이미 40~50년짜리 모기지가 있고,

    일본도 35년 고정금리 모기지 `FLAT35`에 이어 50년짜리 `FLAT 50`도 나왔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90%까지를 대출하고,

    최장 50년에 걸쳐 갚도록 하는 상품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제일 긴 게 30년이고, 연간 규모도 100억 수준에 불과합니다.

    <앵커>

    한편으로는 은행에 인생을 좀 저당잡히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그런데 만기가 늘어도 사실 소득이 계속 들어와야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기자>

    네. 그래서 이번 40년 모기지의 대상은 중장년층보다는 젊은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은성수 위원장도 "젊은이들이 지금의 소득으로 집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금융권 차원에서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했죠.

    대상자는 자금 여력이 취약한 청년층, 신혼부부 등이 될 전망인데요.

    금융위는 모기지의 구체적 운영 방안을 검토한 뒤에

    올해 하반기에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시범적으로 대출 사업을 진행합니다.

    <앵커>

    요즘 무주택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인데

    정부가 이 정책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청년층은 가점이 낮아 청약에도 당첨되기 어렵습니다.

    부양 가족인 1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가점이 54점인데,

    최근 서울과 경기권의 평균 가점은 60점대에서 70점대죠.

    때문에 정부가 특별공급 비중을 늘린다고는 하지만,

    공급량 자체가 워낙에 적은 데다 3기 신도시 공급도 3년은 더 있어야 됩니다.

    게다가 운좋게 특별공급에 당첨된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서울의 신규 아파트 가격이 8억이 넘는 상황인데

    청년부부가 이 잔금을 마련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결국 막대한 이자를 내면서까지 무리하게 집을 사는,

    영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영끌로 가계 부채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 혼란이 올 수도 있겠죠.

    이런 면에서 `40년 모기지`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아예 화끈하게 50년 늘리는 건 안되는 겁니까?

    10년 늘리는 걸로는 부담이 안 줄 것 같은데요.

    <기자>

    아쉽지만 40년 모지기도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런 제도를 이용하려면 아주 젊어야 된다는 거죠.

    30세에 빌려서 40년동안 다 갚으려면 70살까지는 일해야 된다는 말인데,

    그렇게 일하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의견입니다.

    현실적으로 소득이 실제 발생하는 기간에 맞춰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또 대상도 제한적일 것이라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정책 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처럼

    이용 대상이 소득이나 주택 면적 등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보금자리론을 받으려면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하고,

    매입 대상 주택면적도 85m² 이하, 가격은 6억원 이하로 제한됩니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가격이 8억이 넘는 상황에서 살 수 있는 주택이 제한적인 거죠.

    <앵커>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모기지 상품은 담보로 잡은 주택을 주택저당증권(MBS)을 통해 유동화해

    시장에 내다 팔아서 대출 재원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런데 현재 시장에 발행된 MBS는 최장 만기가 20년물이죠.

    그간 초장기 모기지를 도입하지 못한 이유도

    만기가 긴 MBS가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앵커>

    그은성수 위원장이 말하는 방식은 그냥 주택담보대출 하고는 다른 개념이죠?

    매달 월세처럼 내면서 30~40년 살면 소유권을 주는 방식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마도 기존처럼 대출을 제공해주면

    또 집을 팔아서 시세 차익을 남기는 식으로 투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출을 받을 때 몇년 간 매도금지 같은 조건이 붙을 가능성도 있죠.

    이렇다 보니 한집에서 40년을 살아야 하냐,

    도중에 이사하면 시세차익을 가질 수 없냐, 이런 지적들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들이 이 제도가 흥행하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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