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다 합쳐도 10%…'르쌍쉐'는 왜 무너질까 [배성재의 Fact-tory]

입력 2021-02-20 09:00  

1월 중형 3사 점유율 '11.1%'
정리해고·회생절차·생산중단 등 위기
"글로벌 변화 속 피할 수 없는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 이번에도 반복될까
《Fact-tory는 산업(Factory) 속 사실(Fact)과 이야기(Story)들을 다룹니다. 곱씹는 재미가 있는 취재 후기를 텍스트로 전달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첫 유럽 수출을 앞두고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XM3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GM. 합쳐서 `완성차 중형 3사` 또는 각사의 앞 글자를 따 `르쌍쉐`라고도 부르는 이들에 대한 기사들을 요새 부쩍 많이 마주치실 겁니다. 제목에는 하나같이 `설상가상`이나 `벼랑 끝`, `갈 곳 잃은` 등 부정적인 수식어들이 붙어있습니다. 3사 모두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 등의 과제를 앞두고 있는 현실입니다.

3사의 위기는 점유율 통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5년 전만 해도 이들 3사를 모두 합친 시장 점유율은 25%에 육박했습니다. 이제는 10%도 간신히 채우는 수준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4.3%)와 BMW(4.2%) 등 고급 수입차에도 밀립니다. 국내 소비자의 유일한 선택지가 되어버린 현대차와 기아는 독점 수준의 점유율로 올라섰습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65%, 국산차 점유율은 무려 84%에 이릅니다.

존재감도 희미해졌습니다. 쌍용 티볼리가 개척한 소형 SUV 시장은 현대 코나, 기아 셀토스 등이 우선순위를 꿰찼습니다. 그랜저 대신 SM7이나 말리부를 찾던 소비자들은 이제 제네시스나 수입차로 눈을 돌립니다. 한때는 작지만 강한 회사였던 중형 3사들은 어쩌다 이런 상황에 처한 걸까요. 이번 Fact-tory에서는 르쌍쉐의 붕괴와 그 이유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 "퇴사 부탁드립니다"…명절 전 편지 돌린 사장님
3사 중 가장 큰 변화가 감지되는 곳은 르노삼성입니다. 르노삼성은 2년 차 미만 입사자를 제외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서바이벌 플랜`을 이미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영진까지 나서 인원 감축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모든 직원들 자택에 편지를 보내 "자발적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라며 서바이벌 플랜을 홍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노조의 반발로 희망퇴직자 수가 저조하자 나온 강수로 풀이됩니다. 설 명절 직전 자택에서 뜬금없는 통지서를 받아든 직원들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쌍용차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21일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는 임직원들의 월급을 절반씩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장도 가다 서다를 반복해 이번 달만 영업일 기준 9일을 쉬고 있습니다.

회생 절차 시작 전에 사전회생계획안(P플랜)을 법원에 제출해 속도를 내는 방식을 추진 중이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직 잠재적 투자자와의 계획안도 불분명한데다 공장 조업 중단으로 인해 투자자가 섣불리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협력사, 심지어 노조까지 나서 정부에 자금 수혈을 호소 중입니다.

한국GM은 시한부 경영에 들어갔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GM 미국 본사는 지난해 11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29조 원(270억 달러)을 투입하고, 4년 내로 전기차 30종을 출시한다는 초대형 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한국GM은 그 계획에 쏙 빠져있습니다. 오히려 내년엔 부평 2공장이 생산을 멈출 확률이 높습니다.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는 "GM은 한국을 전기차를 줄이는 동안 필요한 내연차 생산 기지로만 활용할 뿐"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지난해 1월 29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을 찾은 호세 비센테 드 로스 모조스(오른쪽) 르노그룹 부회장. 사진제공: 르노삼성
● "르쌍쉐의 구조조정, 정해진 수순일 뿐"
일각에서는 이들 3사의 위기 원인을 전기차·자율주행 흐름에 대응하지 못한 점과 매년 반복되는 파업과 노사갈등 탓이라고 지적합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전기차종이 부족한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지키지 못해 각각 400억 원 수준의 과징금을 낼 처지입니다. 또 한국의 자동차 생산 비용이 높다는 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달 "한국의 노동 관행과 비용 상승 등이 경영을 어렵게 만든다"라고 콕 집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보다 큰 문제를 지적합니다. 바로 3사 모두 외국계 글로벌 회사들이 대주주라는 점입니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일고 있는 전기차·자율주행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 생산 비용이 높은 한국 공장들은 대부분 정리 대상에 속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르노 그룹이 지난 1월 밝힌 글로벌 경영 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은 수익성 강화가 필요한 지역"이라는 발표가 나온 이후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습니다. 한국GM 군산공장을 닫았던 2018년, GM의 메리 바라 회장도 "한국GM에 추가적인 합리화 조치 또는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결국 이들에게 한국에 있는 공장이 얼마나 중요한 지역 일자리 창출원인지 역시 경영적 판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나마 정부 자금이 투입된 쌍용차나 한국GM 정도가 책임 있는 경영을 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좋은 `출구 전략`을 만드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당분간 3사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 `필연적 구조조정`의 시작…차분한 선별 가능할까
남은 문제는 고용입니다. 협력업체가 많은 자동차 산업 특성상 3사에 묶인 고용자 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쌍용차 한곳만 해도 직원이 4,800명, 협력업체 직원은 10만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직·간접 고용 인원이 190만 명에 이른다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분석 보고서도 있습니다.

3곳 중 1곳만 무너져도 대규모 고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니 정부도 끝내 자동차 산업에 세금을 들이는 일이 반복됩니다. 2009년 쌍용차 법정관리 때도, 2018년 한국GM 경영정상화 때도 공적자금이 사용됐습니다. 이번 쌍용차의 회생 절차를 놓고도 역시나 정부 지원에 대한 정치권의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됩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은 "고용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지원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는 언급들을 내고 있습니다.

중형 3사의 `필연적 구조조정`이 시작된 지금,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내건 금융 지원 조건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에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 계획 ▲지속 가능한 자구책 ▲3년 주기 임단협과 파업 금지 등을 요구 중에 있습니다. 정치가 끼어있지 않은 이 요구 조건만 잘 지켜진다면, 쌍용차도 두 번째 부활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요. 공적자금 투입에 앞서 차분하게 선별한 뒤, 부디 전기차·자율주행으로 자연스러운 산업 전환까지도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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