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적자내는 쿠팡…로켓배송의 독점은 정말 가능할까 [한입경제]

김종학 기자

입력 2021-02-26 17:45   수정 2021-02-26 17:45

    미국 상장 앞둔 플랫폼 기업 쿠팡
    "의도적인 적자, 앞으로도 계속"
    적자 배경이 된 '풀필먼트 서비스'
    로켓배송 통한 시장 독점 가능할까


    `로켓배송`으로 익숙한 쿠팡이 미국 모회사를 통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계획이 전해진 뒤 국내외에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베일에 가려졌던 사업 현황, 재무적인 데이터들이 공개됐는데 하나 같이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납니다. 10년간 누적 4조 5천억 원의 적자를 입었고, 심지어 `의도된 적자`를 계속 감당하겠다는 플랫폼 기업. 그런데도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한국의 아마존`으로 부르며 최대 55조 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찬사를 보내고 있는 쿠팡이 새로운 자금을 조달하고 나면 정말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요? 왜 일부러 적자를 계속 감당하겠다는 걸까요. 쿠팡의 실적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자, 한국 인터넷 기업들의 전쟁터가 된 `풀필먼트`에 해답이 있습니다.

    ● `쿠팡없이 어떻게 살았지`…2014년 등장한 로켓배송

    쿠팡은 한국 기업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 유례없는 적자를 기록 중인 회사입니다. 세쿼이어캐피탈(1천억), 블랙록(3천억)을 비롯해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에게 조달받은 약 3조2천억 원을 모두 소진해 누적 4조 5천억원의 적자를 안고 있습니다.

    이 많은 투자자금이 쓰이는 곳은 쿠팡을 세계적인 혁신 기업으로 평가하게 만든 `로켓 배송`입니다. 2014년 선보인 로켓배송은 물건을 미리 보관해 배송하는 `풀필먼트(Fulfillment)`를 기반으로 한 당일배송 서비스입니다. 원조는 미국 아마존이 선보인 FBA(Fulfillment By Amazon)입니다.

    아마존은 사업 초기 월마트처럼 기존 유통창고 형태를 따랐지만, 온라인 주문을 빠르게 소화하기 어렵게 되자 IT전문가들과 함께 고객을 만족시키자는 의미(Fulfill)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개발합니다. 뿐만 아니라 입점하지 않은 상점의 물건들 대신 보내주는 FBA로 땅 넓은 미국 전역을 커버하고, 당일 배송이 가능한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쿠팡의 풀필먼트는 국토가 미국보다 작으면서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한 한국에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도심에서 반나절 안에 접근 가능한 창고를 지어 생필품, 의류 등 600~700만개 제품을 미리 쌓아놓고, 동선에 따라 가장 빠르게 수집할 수 있게 설계한 뒤, 이를 인근 배송지에서 배송기사(쿠팡친구)가 처리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뒀습니다.

    이로 인해 불과 5년전까지 이커머스 쇼핑을 하고 나면 물류센터에서 택배업체를 거쳐 허브터미널을 오가는 탓에 기약없던 배송 서비스는 이제 쿠팡의 당일 배송을 시작으로 마켓컬리의 샛별배송,배민과 요기요 등을 통해 30분 이내 배송으로 점점 짧아지는 추세입니다.

    택배회사도 아닌 쿠팡은 `느리고 불친절한 배송`을 바꾸기 위해 직접 물건을 사들이고, 개발자와 배송기사를 대거 채용하고, 소비자들의 집앞까지 배송하는 이른바 라스트마일까지 모든 과정을 장악하기 위해 그동안 눈덩이같은 적자를 떠안고 있던 겁니다.

    ● 적자 원인이자 흑자 전황의 열쇠 `풀필먼트`

    쿠팡은 2018년 1조 1천억원 규모이던 영업적자를 지난해 약 5,800억 원으로 절반 가량 줄였습니다. 작년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방역 비용으로 5천억원을 사용한 것을 감안하면 흑자도 가능했을 법한 기록입니다.

    매출 추세를 보면 올해 흑자전환도 가능해보이지만 쿠팡은 단기적인 실적과 관계없이 투자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상장에 앞서 공개한 보고서에서 쿠팡은 단기적인 재무성과를 포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쿠팡이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로 시장을 거머쥔 아마존의 행보와 유사합니다. 국내에서 초기 투자 비용만 감당할 수 있다면 규모의 경제로 이커머스, 물류 인프라에서 경쟁자인 네이버, 신세계는 물론 기업간물류로 성장한 CJ대한통운과도 경쟁 구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쿠팡은 소비자 물류를 사실상 독점하기 위한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가는 회사인 겁니다.

    쿠팡앱을 접속해 상품을 검색하면 이러한 구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검색 내역에 `로켓배송` 표시가 붙은 상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품들도 상당수 검색에 나타납니다. 쿠팡이 직접 배송하는 상품은 600~700만개, 그외 배송은 별개인 오픈마켓 쇼핑품목 수는 3~4억개에 이릅니다. 쿠팡은 입점한 업체들에게 수수료를 받아 신선식품부터 수억 개에 이르는 상품을 직접 당일배송해 국내 물류 플랫폼을 쥐는 시나리오를 구상 중입니다.

    이런 시나리오는 점차 현실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쿠팡은 올해 쿠팡로지스틱스(CLS)를 통해 국토부로부터 택배 면허를 허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택배업 재진출은 다시 말해 어떤 상품이든 쿠팡에서 검색만 하면 지금보다 더 빨리 배송해준다는 말입니다. 바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매출 확대, 로켓와우 서비스 구독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미 쿠팡의 세부 실적에서 직접 매입해 배송한 풀필먼트 매출은 2018년 4조원이던 것이 작년 12조원으로 3배 급증했고, 오픈마켓 매출도 1조를 넘겼습니다. 더구나 오픈마켓의 이러한 실적은 최대 경쟁자 네이버를 이미 압도하는 수준입니다. 네이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CJ대한통운과 손잡고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 물류 다음은 음식배달, OTT…쿠팡의 공세에서 살아남을 기업은

    쿠팡이 공개한 보고서에 경영진 구성을 보면 한국인 비중이 매우 적은 편입니다. 설립 멤버 상당수가 떠나고 아마존 출신의 최고재무책임자, 우버 출신의 최고기술책임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담당 등 주요 이사회 멤버는 외국인으로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물류 사업만 하기 위한 회사가 아니라는 걸 드러내는 인물들입니다.

    그 덕분인지 쿠팡은 한국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10년간 무리해 보이는 사업을 밀어붙여 확장하고, 규모의 경제를 갖춰가고 있습입니다. 터치 한 번에 결제가 끝나는 쿠페이, 구독자를 붙잡아 줄 OTT서비스(와우플레이)를 런칭하면서 사업 영역 확장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쿠팡이 이번 상장을 통해 자금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적자 기업` 꼬리표도 사라지게 됩니다. 자연스레 한국의 기존 이커머스, 스트리밍, 핀테크 등 플랫폼 기업은 본격적인 생존 경쟁을 마주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미 국내 대형 백화점 회사들이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계 자금을 수혈받은 쿠팡과의 경쟁에서 한국 인터넷 플랫폼, 이커머스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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