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 대웅전 불지른 만취 승려 "서운하게 해서" 직접 신고

입력 2021-03-06 11:50   수정 2021-03-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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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승려가 경찰에 범행 사실을 직접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사건을 조사 중인 정읍경찰서에 따르면 방화 피의자인 승려 A(53)씨가 5일 오후 6시 35분께 경찰에 전화를 걸어 "대웅전에 불을 질렀다"고 신고했다.


전북 정읍경찰서는 내장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승려 A(53)씨에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 6시 30분께 대웅전에 휘발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함께 생활하던 스님들이 서운하게 해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3개월여 전에 내장사에 들어와 생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로 내장사 대웅전이 전소돼 소방서 추산 17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났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 `천년고찰`의 수난…636년 창건 이래 4번째 화재

백제 시대 창건된 전북 정읍시 천년 고찰 내장사(內藏寺)가 5일 화마에 휩싸이며 건립 이래 네 차례나 화마 피해를 보는 비극을 맞았다.

내장사는 백제 무왕 37년인 636년 영은조사가 백제인의 신앙적 원찰로서 50여 동의 전각을 세우고 영은사로 창건했다.

1557년(조선 명종 12년) 희묵 대사가 영은사 자리에 법당과 당우를 새로 건립해 중창하고, 산 안에 무궁무진한 보물이 숨어 있다고 해 절 이름을 내장사로 칭했다.

첫 번째 비극은 조선 중기 때 닥쳤다.

정유재란 당시 사찰이 전소되는 불운을 겪었으며, 이후 1639년(인조 17년) 부용 대사가 중창하고 불상을 도금했다.

1779년(정조 3년) 영담 대사가 대웅전과 시왕전을 중수하고 요사를 개축했다.

1923년 백학명 선사가 사세를 크게 중흥시킨 뒤 1938년 매곡 선사가 대웅전과 명부전, 요사채 등을 신·개축해 내장사의 면모를 일신시켰으나 한국전쟁

초기인 1951년 1월 내장사와 암자가 전소됐다.

이후 1957년 주지 야은 스님이 해운당을, 1958년 다천 스님이 대웅전을 건립했다. 1965년에는 대웅전과 불상과 탱화를 조성해 봉안했다.

1974년 국립공원 내장산 복원 계획에 따라 대규모 중건이 이뤄졌다.

하지만 2012년 10월 31일 또다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로 내장사는 잿더미가 됐다.

당시 화재는 사설 보안업체의 감지 시스템에 의해 발견됐으나 이미 전소된 뒤였다.

정읍시는 화재로 소실된 대웅전 옛터에 시비 등 25억원을 들여 건물을 복원했다.

165㎡ 규모인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에 팔작(八作)지붕을 이었다.

이 대웅전은 허망하게도 승려의 방화로 또다시 불에 타 신도와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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