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길'이라던 정부도 500억 투자 [이지효의 플러스PICK]

이지효 기자

입력 2021-05-06 17:35   수정 2021-05-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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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공공기관, 가상화폐 관련펀드 투자
    # "썸 타는 중"

    <앵커>

    [플러스 PICK] 시간입니다.

    이지효 기자, 첫 번째 키워드는 "썸 타는 중" 입니다.

    <기자>

    네. 연인인지 아닌지 태도를 명확히 하지 않는 관계를 두고 `썸 탄다`고 하죠.

    바로 정부와 가상화폐의 관계가 이와 비슷해서 키워드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앵커>

    무슨 말입니까?

    <기자>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1년간 1,500%나 올랐고,

    장난으로 만든 도지코인까지 최근 폭등세를 보이고 있죠.

    그런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도지코인 이런 걸 어떻게 부르는 지 아십니까?

    <앵커>

    글쎄요. 가상화폐 아닌가요?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가상자산`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학계는 대체로 `암호화폐`라는 말을 쓰고, 이외에도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으로 불리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용어조차 정립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가 태도를 명확하게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 투자를 `잘못된 길`이라고 표현하면서

    투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라는 개념도 성립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죠.

    통계청 산업분류에서도 가상화폐 거래는 게임이나 도박과 같은 항렬에 위치합니다.

    <앵커>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기자>

    네. 이렇게 정부가 손을 놓으면서 가상화폐를 활용한 범죄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투자수익을 가상화폐로 지급하겠다고 속이는 사기나 거래 자체가 불법인 음란물이나 마약을 사는데 활용되는 경우 등이죠.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처벌규정이 없어 혼선을 빚고 있다"며

    "사각지대를 노린 범죄를 막기 위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가 썸을 탄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기자>

    정작 정부 스스로는 투자를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은 가상화폐 관련 펀드에 최근 4년간 5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의 형태였는데 해당 펀드는 빗썸 등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직접 투자했습니다.

    투자액이 가장 많은 중기부는 2017년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기 시작할 때 193억원을 투자한 이후,

    2018년 정부가 `도박·불법`이라고 규정하자 투자액을 28억원으로 줄였다가 2019년 또다시 92억원으로 늘렸죠.

    <앵커>

    도박이라고 비난하면서 투자는 한다, 어느 쪽을 믿어야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기자>

    심지어 내년부터는 관련 소득에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는 `이율배반`에 불만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뉴욕주는 지난 2015년 가상 화폐 관련 법률을 제정해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규제하고 있는데,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상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제도적 기반 때문이었습니다.

    일본도 법률을 제정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고, 홍콩은 전문투자자에게만 거래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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