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향후 10년간 510조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K-반도체 전략`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유럽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유럽이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쓰고 있지만, 생산되는 반도체는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10%에도 못 미친다는 독일 디벨트 등의 분석이 나왔다.
현재 대만과 한국 등 아시아와 미국 등에 반도체 공급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유럽은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자급자족을 위해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반도체 연합 결성을 추진 중이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EU) 소속 19개국은 지난해 12월 반도체산업을 위해 최대 67조5천억원(약 500억 유로)의 지원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일단 2030년까지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가운데 이미 반도체산업의 강력한 중심지인 한국이 메모리칩 생산을 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세서 등 다른 부문에서도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신호로 읽히고 있다.
요아힘 호퍼 한델스블라트 반도체산업 담당 기자는 최근 쓴 자사 칼럼에서 "반도체칩 산업에서 기업들뿐만 아니라 경제대국들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반도체산업에 천문학적 금액을 지원하기로 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럽에 거센 압박을 가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의 반도체 제조기술이 대만에 15년 이상 뒤처졌을 정도로 반도체 칩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독일 ARD방송은 아시아나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의 도움 없이는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를 할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달 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를 만나 어떤 조건으로 인텔이 유럽의 반도체 연합에 참여할 수 있는지 타진했다.
호퍼 한델스블라트 반도체산업 담당 기자는 "EU는 칩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 반도체 대기업, 대규모 공장, 연구원 등 모든 게 부족하다"면서 "계속 이렇게 방치할 수는 없는 만큼, EU도 한국처럼 반도체 산업 중 어느 분야에서 역량을 중점적으로 강화해나갈지 결정하고, 새로운 공장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관련 연구에 세제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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