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비용 내달라"…베트남 요구에 진땀빼는 한국기업들

입력 2021-06-0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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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비를 마련하기 위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 본격적으로 손을 내밀고 나섰다.

베트남 정부가 팬데믹(대유행)으로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매출 감소 등 경영난에 처한 상황에서 백신 구매비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면서 기업들은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한국기업들에 전화 등을 통해 백신 펀드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휴대폰 가입자들에게도 일제히 문자를 보내 백신 기금 마련에 동참해달라면서 수신 계좌까지 공지했다.

호찌민에 있는 A사는 최근 현지 정부 관계자로부터 백신 기금을 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사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돈을 주면 우리 직원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건 장담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요구까지 해대니 속이 터질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롱안과 동나이 지역에 위치한 생산법인들도 당국으로부터 백신 펀드에 기여해달라는 연락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보장한다고 해서 베트남에 들어오면서 이같은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 "펀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감수해야할지 몰라서 돈을 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같은 요청을 받았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당국에 재원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면서 거듭 지원을 요구했다"면서 "성의 표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중앙정부는 최근 민간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백신 구매 펀드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베트남 정부는 총 1억5천만 회분의 백신을 마련하기 위해 11억달러(1조 2천317억원) 규모의 재원을 배정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현지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의 도움으로 이미 상당한 규모의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 중에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펀드 조성에 참여한 곳은 없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박닌성 휴대폰 공장은 베트남 정부로부터 무료 백신을 제공받아 직원 1만5천명을 대상으로 이날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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