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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잭슨홀 미팅, 무엇이 논의될 것인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1-06-28 09:22   수정 2021-06-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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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물가 상승률, 실업률, 무역수지 등 각종 경제지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위기 극복 여부를 가장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표적변수는 ‘통화량’이다. 코로나 사태 직후처럼 위기 국면일 때에는 돈을 많이 풀고 최근처럼 극복되기 시작하면 돈의 공급을 줄여나가는, 즉 테이퍼링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말이 많았던 ‘테이퍼링’이 6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로 가닥이 잡혔다. 궁금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위기 발생 4년 만에 거론됐던 테이퍼링이 코로나 사태 때는 1년 만에 거론되느냐 하는 점이다. 금융위기는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극복해야 한다. 테이퍼링은 경기가 회복돼 후행지표인 고용지표가 개선되기 시작하면 추진한다.
위기 극복 3단계 이론으로 볼 때 금융위기는 시스템 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사전에 예고돼 초기 충격이 적은 반면 시스템 위기를 극복해야 실물경기 회복이 가능해져 위기가 극복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금융위기를 맞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돈이 적게 풀렸는 데도 2013년에 가서야 테이퍼링이 처음 거론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에 뉴 노멀 디스토피아의 첫 사례에 해당하는 코로나 사태는 초기 충격이 큰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 팬데믹가 발생하자마자 모든 사람이 공포에 휩싸이고, 세계 주가가 한 달 만에 반토막이 날 정도로 순식간에 폭락한 것은 하이먼 민스키 리스크 이론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nobody knows’, 즉 아무도 모르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Fed는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1913년 설립 이래 가보지 않는 길을 걸어 왔다.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매입 대상을 가라지 않고 무제한 달러화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했다. 중앙은행의 고유기능인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스템 문제에 비롯된 종전의 위기와 달리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 사태는 백신만 보급되면 세계 경제가 ‘절연’에서 ‘연계’ 체제로 빠르게 이행됨에 따라 풀린 돈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장률이 높아져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진다. 실제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테이퍼링이 금융위기 때와 달리 앞당겨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주에는 6월 고용지표 발표되기 시작한다. 5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장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면 2년 후에는 3%에 근접할 정도로 높지만 10년 후에는 2.5%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 그칠 가능성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해 대부분 Fed 인사들이 테이퍼링 추진에 아직까지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치 합창하듯 Fed 인사들이 금융완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더이상 바라지 않는 상항이다. 오히려 돈이 차고 넘쳐 수익률이 0.08%인데도 역레포 수요가 있다. 역레포란 투자적격대상 가격이 적정가치 이상으로 올라 추가 투자 때 예상되는 수익보다 거품 붕괴에 따른 위험이 높다고 판단할 때 금융사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Fed가 지난해 3월 세컨더리 마켓 회사채 펀드(SMCCF)를 통해 사들였던 정크 본드를 긴급히 매각하기로 결정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 투자적격 수단만 대상으로 하는 유동성 조절 정책 원칙 상 Fed는 정크 본드 매각 결정이 테이퍼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Fed 회의가 끝났다. 회의 전부터 ‘킥 오프(Kick Off·‘시작하다’라는 의미로 널리 쓰이나 돌발변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도 있음)‘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시장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회의가 끝난 이후 새로운 궁금증은 공식화된 테이퍼링이 언제 시작되느냐와, 다른 하나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앞서 한국이 먼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첫 번째 문의에 대한 답은 ‘이미 테이퍼링은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대상으로 매월 1200억 달러씩 풀어내는 양적완화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역레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레포란 시중에 유동성이 차고 넘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금융사가 중앙은행에 재예치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문의에 대한 답은 금융위기 이후 금리인상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때 경제지표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반응까지 감안한다’는 Fed의 새로운 기준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테이퍼링과 달리 기준금리 인상은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과 통화정책 전달경로(금리 변경→총수요 변화→실물경기 조절)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정국의 금리체계 상 기준금리와 금융시장 간 관계가 `안정적`이라면 금융시장 반응을 주목할 필요가 크지 않지만 미국의 경우 2004년 금리인상 때부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왔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췄음에도 금융시장 상황이 더 긴박해지자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보완해 나갔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기준은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이다. 최적통제준칙이란 Fed가 양대 목표로부터의 편차를 최소화하는 기준금리 경로를 산출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때그때 상황을 반영하는 유연성 면에서 테일러 준칙 등에 따라 산출된 적정금리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종전의 방식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양대 기준을 조합하면 두 번째 문의에 대한 답이 나온다. 금리인상 시기(속도 포함)를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반응을 동시에 고려해 결정할 경우 최적통제준칙에 따른 금리인상 경로보다 앞당기거나 늦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리를 올릴 때 금융시장 충격이 우려되면 그 시기가 최적통제준칙에 의한 경로보다 늦춰지고, 반대의 경우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 때와 마찬가지라 이번에도 Fed의 통화정책 추진에 핵심이 될 금리인상은 ‘인내심을 갖고 접근한다’는 것은 일부에서 거론하는 1994∼95년과 2004∼08년 금리인상 당시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전철을 그대로 밝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통화정책 여건이 변했기 때문이다.
Fed의 통화정책은 시장에 수렴하는 관행을 감안할 때 두 달 후에 열릴 잭슨 홀 미팅에서 테이퍼링 추진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테이퍼링은 위기가 정상적으로 극복되고 있다는 정책적인 판단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금융완화만 지속하면 마약 환자에게 마약을 더 주는 꼴이기 때문에 경제 복원력마저 잃을 수 있다.
투자는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양적완화에서 테이퍼링으로 전환될 때 가장 민감한 주식 투자는 대형 기술주에서 경기 민감주로 조정해 놓으면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 저금리 바탕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과 거품이 낀 투자수단은 정리해 놓아야 한다. 경제가 정상을 찾아가는 만큼 일론 머스크, 캐시 우드 등을 무조건 따라가는 행위는 자제해야 할 때다.
테이퍼링 추진을 앞두고 한국은행은 올해 안에 금리인상을 공식화하고 있다. 위험수위가 넘은 가계부채 등 금융 뷸균형 완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테이퍼링과 달리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와 속도가 가변적인데 우리가 먼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23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외자 이탈 가능성은 한국이 가장 낮게 나온다.
신흥국에서 외자 이탈에 따른 가장 효과적인 대처방안은 ‘금리인상’이 아니라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쌓는 일이다. 외환보유 보유 동기에 따라 IMF 방식(3개월치 경상수입 대금)과 그린스펀·기도티 규칙(3개월치 경상수입 대금+유동외채), 캡티윤 모형(3개월치 경상수입 대금+유동외채+도피성 자본+포트폴리오 투자 일부) 등으로 세분된다.
우리의 경우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확보해 놓은 제2선 자금까지 포함하면 외환보유액이 5,500억 달러에 달해 캡티윤 모형에 의해 추정된 적정외환보유액보다 1500억 달러 이상 많다. 오히려 터키, 러시아, 브라질 등과 같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올릴 경우 ’금리인상→실물경기 침체→추가 외자이탈‘ 간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시각도 2018년 11월 당시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를 더 침체시켰던 이른바 ’김현미 악몽‘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처럼 가계부채가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그 부담은 MZ세대와 소상공인에게 집중되는 ‘상흔 효과(Scaring effect)’가 나타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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