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갤러리가 지난달에 이어 7월 1차 상설전시주로 `술이야기 솟는 마을` 두 번째 편을 준비했다.
`이야기`는 하나의 상품을 이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 사람들이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는 이유다. 술은 이야기를 덧입히는 좋은 아이템이다. 실제 해외 유명 술들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단단하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
전통주갤러리가 `술이야기 솟는 마을` 2편을 통해 소개하는 우리술은 △금정산성토산주의 `부산금정산성막걸리`(탁주) △한산소곡주양조장의 `한산소곡주`(약주) △오드린(EAU DE LUNE)의 `그랑티그르M1988`(과실주) △추성고을의 `추성주`(일반증류주) △삼해소주의 `삼해주`(증류식소주)다.
금정산성토산주의 `부산금정산성막걸리`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49호 유청길 명인이 만드는 탁주다. 대한민국 민속주 1호로 지정된 막걸리이기도 하다. 알코올도수는 8도. 유래는 정확하지 않지만 조선 초기부터 이곳 화전민이 생계수단으로 누룩을 빚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다. 왜구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금정산성을 축성할 때 각 지역에서 온 인부들이 이 막걸리 맛에 반해 공사가 끝난 후 고향에 돌아가서도 그리워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특유의 새콤한 맛이 있는데, 마치 귤껍질을 깔 때 퍼지는 상큼한 향 같아 몹시 매력적이다. 바디감은 알코올도수에 비해 무게감이 있고, 여운이 꽤 길게 남는 편이다.
한산소곡주양조장에서 생산하는 `한산소곡주`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19호 우희열 명인이 빚는다. 명인은 충남무형문화재 제3호로도 지정돼 있다. 알코올도수 18도의 약주. 찹쌀과 누룩을 주원료로 들국화·메주콩·생강·고추 등을 넣어 100일간 숙성해 빚는다. 감미로운 향과 특유의 감칠맛 때문에 취한 줄도 모르고 일어서다가 다시 주저앉는다고 해서 `앉은뱅이 술`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조선시대 때 한양으로 과거 보러가던 선비가 목이 말라 주막에서 소곡주를 마셨는데, 그 맛에 반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마시다 결국 과거를 치르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
충북 영동의 오드린(EAU DE LUNE)에서 만드는 `그랑티그르M1988`은 캠벨포도와 오미자를 주원료로 만든다. 알코올도수 12도의 과실주. 3대째 포도농사를 이어온 오드린(EAU DE LUNE)에서 직접 재배한 포도와 영동산 오미자로 만든 와인이다. `그랑티그르`는 프랑스어로 `대호(大虎)`, 즉 `큰 호랑이`라는 뜻이다. 충북 영동의 반야사 대웅전에서 백화산 쪽을 바라보면 지붕 위에 호랑이가 앉아있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호랑이가 산신령으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랑티그르M1988`은 산신 호랑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와인이다. 하나 더. `M1988`에도 의미가 있다. `M`은 `Memory`, 즉 `기억`을 뜻하며, 1988은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다. 당시 마스코트가 잘 알려진 대로 `호돌이`다.
추성고을의 `추성주`라는 이름은 전남 담양의 옛 지명인 추성에서 따왔다. 식품명인 제22호 양대수 명인이 빚고 있다. 담양의 쌀로 술을 빚어 증류한 뒤, 10여가지 한약재를 넣고 100일 이상 숙성시킨다. 알코올도수 25도의 일반증류주. 1000여 년 전, 사찰 연동사에서 술을 빚어놓으면 자꾸 사라졌다. 이곳에서 공부 중인 한 유생이 의심을 받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범인을 잡기로 결심한다. 밤새 술단지를 감시하던 유생은 생 늙은 살쾡이 한 마리가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달려가 잡았다. 그러자 이 살쾡이는 자신을 살려주면 일평생 도움이 될 만한 비밀의 책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유생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결국 입신양면에 성공했다. 고려중기의 문신인 담양 이씨 선조 이영간의 이야기다.
삼해소주의 `삼해소주`는 식품명인 제69호 김택상 명인이 가문의 전통을 그대로 잇고 있는 술이다. 이름에 `석 삼(三)`과 `돼지 해(亥)`가 들어있다. 음력 정월 첫 해일(亥日)에 시작해 세 차례에 걸쳐 저온발효한 삼해주를 증류해 만든다. 알코올도수는 45도. 조선시대 궁중과 세도가에서 즐겼던 술이다. 당시 삼해주(약주·소주)의 인기는 대단했다. 영조시대에 올라온 상소문을 보면 "삼해주를 많이 만들어대니 서울에 들어오는 쌀이 죄다 쓸려 들어간다. 백성들을 위해 삼해주 빚기를 금함이 옳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다. 삼해주는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돼 있다.
전통주갤러리 황선자국장은 "술에 담긴 이야기는 술자리의 분위기를 한층 즐겁게 만들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술에 담긴 이야기와 가치를 알리기 위해 이번 상설전시주를 선정 기획했다"고 밝혔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설립한 전통주갤러리는 우리술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상설전시와 시음을 통해 알리는 동시에 비즈니스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소상공인 및 예비창업자를 지원하고 있다.
관련뉴스